중국 기업들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스마트폰, 자동차, 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 산업이 중국 기업들에 위협받고 있다. 제조업 전 분야에서 중국과 기술 격차가 급속도로 좁혀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한국이 순식간에 중국에 따라 잡힐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스마트폰ㆍ자동차 중국에서 토종 기업에 고전
한국의 주력 산업인 스마트폰과 자동차가 중국에서 토종 업체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정상에 군림했던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점유율이 9%로 떨어지며 순위가 5위까지 처졌다. 대신 중국 샤오미와 화웨이가 급부상했다.
특히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올해 중국 업체 최초로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 1억대를 돌파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약진도 눈부시다. 시장조사기관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화웨이는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8.4%의 점유율로 3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24.6%), 애플(13.7%) 다음이다.
반도체도 안심할 수 없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쯔광그룹)이 미국 낸드플래시 업체 샌디스크의 간접 인수를 통해 삼성전자가 지배하고 있는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시장 진입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2년 중국 진출 이후 성장 가도를 달려온 현대ㆍ기아차도 토종 업체에 판매 순위가 밀리는 굴욕을 당했다. 29일 중국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국 내 업체별 자동차 판매 순위에서 현대차(베이징현대)는 5위권 밖으로 밀려나 6위에 그쳤다. 대신 중국 토종 기업인 창안자동차가 5위에 올랐다. 현대차는 지난달 모델별 판매 순위 톱 10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기아차 현지법인은 같은 기간 15위로 처졌다. 역시 중국 기업인 창청자동차(10위), 길리자동차(14위)보다 순위가 떨어졌다. 현대차는 이후 판매 감소폭을 줄이고 있지만 토종업체들의 저가 공세를 물리치고 시장 점유율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연구실장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이미지는 중국 브랜드보다는 좋지만 일본, 유럽, 미국업체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라며 "지속적으로 높은 품질을 유지하는 동시에 낮은 가격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경련이 지난해 한국 10대 수출품목의 글로벌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 스마트폰ㆍ자동차ㆍ조선해양ㆍ석유화학ㆍ정유ㆍ철강 등 6대 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에서 중국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인 기간산업인 철강 업종은 중국 업체의 밀어내기식 수출로 위기에 몰렸고, 기계 업종 역시 중국 현지업체의 저가 공세에 고전하고 있다.
● 연구개발 확대ㆍ제품 고부가가치화 절실
중국 기업들의 성장세는 앞으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중국 제조 2025'를 발표하며 제조업 지원에 적극 나섰다. 2025년까지 독일, 일본 수준의 제조업 강국에 오르겠다는 비전이 '중국 제조 2025'다. 차세대 정보기술 산업, 항공우주장비 등 10대 산업도 집중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연구개발(R&D)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위협에 대해 전문가들은 고부가가치화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R&D 투자도 더욱 늘려야 한다. 한국 기업이 제품과 가격 경쟁력을 부단히 높이지 않는 한 거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한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기업 경영 효율성도 높여야 한다. 기업 환경변화에 빠르게 대비하는 한편 중국 대외개방 정책에 맞춰 중국 기업과 제휴 협력을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산업연구원 정은미 박사는 경쟁 우위가 있는 제품 생산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 업체 간 인수ㆍ합병(M&A)까지는 아니더라도 경쟁 우위 품목들을 각자가 선택해 생산하는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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