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지속되면서 국내 빈부 격차가 점점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도 소득이지만 누적된 부의 지표인 자산 격차는 더 심했다. 29일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발표한 ‘한국사회 부의 분포도’ 논문을 보기가 답답한 이유다. 논문은 지금까지의 가구 단위 분석과 달리, 상속세 자료를 이용해 개인의 자산분포를 추정함으로써 부의 분포실태를 좀 더 정밀하게 추적했다. 그 결과 20세 이상 성인 기준으로 상위 10% 계층에 쏠려 있는 자산 비중은 2000~2007년 중 전체의 63.2%(연평균)에서 2013년 66.4%로 높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5월 2013년 자료에 근거해 국내 전체 가구의 상위 10%가 부의 절반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논문에 나타난 부의 집중도는 더하다. 개인 기준으로 상위 5%가 보유한 자산이 이미 2013년에 50.3%에 달했으니, 부잣집에 부자 개인이 몰려 있는 상황 등을 감안할 때 가구 기준 부의 집중도는 더 심할 가능성이 높다. 김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소득분포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가 전체 개인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4.1%로 자산 집중도 보다는 덜했다. 결국 ‘돈으로 돈을 버는’ 자산 소득에 따른 부의 불평등이 더 크다는 얘기다.
상위 10%의 자산 비중으로 칠 때 국내 부의 불평등은 프랑스(62.4%) 등 유럽 주요국보다는 심하지만 미국(76.3%)ㆍ영국(70.5%)보다는 아직 덜하다. 하지만 불평등이 날이 갈수록 악화하는 건 우리 사회의 소득재분배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재확인시켜 준다. 특히 가장 효과적인 소득재분배 시스템인 조세정책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진작부터 제기됐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에서도 직접 증세 불가입장을 고수하면서 ‘부자 증세’를 통한 소득재분배 시도를 외면했다.
현재 폭넓게 거론되는 부자 증세 방안은 법인세와 부자소득세(자산이득세 포함) 등 두 가지다. 정부는 투자유발효과나 경기둔화 상황 등을 내세우며 법인세 인상론에 반대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투자와 법인세의 상관관계가 거의 없어진 데다, 가계 세부담을 줄여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서라도 지나치게 낮은 법인세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부자소득세 역시 세수 증대효과가 미미하다는 변명 대신 상징적 차원에서라도 올리라는 요구가 거세다. 정부가 외면하면 국회가 나설 수밖에 없다. 향후 세법개정안 논의에서 국회는 부의 불평등 구조를 개선하는 최소한의 성의 차원에서라도 가능한 부자 증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