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월드컵 4경기에서 0골. 이승우(17ㆍ바르셀로나B)의 첫 월드컵 성적표다. 최전방 공격수이자 17세 이하 대표팀의 희망으로 불리던 그의 기록치고는 다소 초라해 보인다. 그러나 이승우의 첫 월드컵은 꽤나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이승우는 이번 대회에서 이전보다 훨씬 성숙한 경기력을 보였다. 지금까지 이승우는 대표팀의 '군계일학(群鷄一鶴)'이었다. 그런 만큼 그를 향한 주위의 기대는 남달랐다. 승부처에서 해결사 노릇을 해야 한다는 부담은 때로는 그가 독불장군식 플레이를 하게끔 만들었다. 지난달 2일 열린 2015 수원 컨티넨탈컵 U-17 국제청소년축구대회 나이지리아와 경기에서 1-1로 비긴 후 최진철 U-17 대표팀 감독은 "이승우는 장점이 많은 선수"라면서도 "동료 선수들과 조화를 이뤄달라고 주문했지만 아직 드리블과 패스할 타이밍을 찾지 못하더라. 앞으로 그런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이승우는 "축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닌 만큼 감독님이 추구하는 플레이를 하는 게 당연하다. 동료 선수들에게도 도움이 돼야 한다"며 최 감독의 지적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승우는 불과 한 달 만에 최 감독의 주문을 완벽히 수행해냈다. 수원컵서 2무1패로 부진한 최진철호는 이승우의 이타적인 플레이로 이번 월드컵에서 16강이라는 값진 성과를 일궈냈다. '이승우 원맨팀'으로 평가절하되던 최진철호는 최 감독의 빛나는 용병술과 함께 '원팀(One Team)'으로 탈바꿈했다.
이승우가 29일(한국시간) 열린 벨기에와 대회 16강전에서 페널티킥 실축을 포함, 무득점에 그치며 팀을 8강으로 이끌지 못한 점은 분명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그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러한 경기가 반드시 필요했다는 판단이다. 앞선 3경기에서처럼 이날도 이승우는 수원컵(2골 기록) 때와 달리 넓은 행동반경을 보이며 동료들의 기회를 살리려 애썼다. 기존처럼 문전 중앙 근처만 고집하기보다는 측면과 2선도 활발히 오갔다. 전반 19분에는 포백 라인 부근까지 내려와 동료들에게 공을 건넸다. 공격은 물론 수비까지 가담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이승우는 축구선수로서 기량의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갈수록 성숙해지는 그의 플레이는 다른 선수들의 경기력과 사기를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당초 대표팀의 가장 큰 불안요소였던 장결희(17ㆍ바르셀로나 후베닐B)의 공백이 이번 대회 4경기 동안 크게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다.
앞으로 이승우에게 필요한 부분은 공격수로서의 '완급조절'이다. 최전방 공격수로서 득점 본능을 발휘해야 할 때와 동료 선수들을 위해 패스해야 할 타이밍을 적절히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 자신은 물론 팀도 살 수 있다.
칠레 월드컵은 '에이스 이승우'가 '리더 이승우'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이번 대회에서 '절제의 미학'을 배운 이승우가 향후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지 그의 미래에 기대가 모아진다.
사진=이승우.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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