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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흙수저가 아니라 plastic sp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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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흙수저가 아니라 plastic spoon

입력
2015.10.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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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ama 대통령은 2012년 선거 운동을 할 때 나도 부잣집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며 ‘Somebody gave me an education. I wasn’t born with a silver spoon in my mouth. But somebody gave us a chance’라고 말했다. 출생할 때부터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나지 않았다는 이 말은 특권층이나 부유층의 자녀가 아님을 강조한 말이다.

옛날 유럽에서는 아이가 세례를 받을 때 대부나 대모(godparents)가 은수저를 ‘장수와 건강의 상징’의 선물로 주던 관습이 있었다. 이 때의 은수저는 한국인이 상상하는 독성을 알게 하는 은수저가 아니라 온갖 세공에 디자인을 곁들인 ‘귀한 선물’이었다. 그러나 세례 받을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이 출생 즉시 부모가 은수저를 사주는 집안도 있었는데 이들은 당연히 부유층이며 특권층이었다. 이 말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나다’(be 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e’s life)라는 관용구이고 1700년대 초부터 쓰이기 시작했으니 300여 년 전이다. Spoon 관련 어구 중에서 ‘은수저 물고 태어나다’는 표현은 실제 영어권에서 특히 현대 영어에서 자주 쓰이는 말은 아니다. 오늘날 곧잘 응용되는 spooning 관련 파생어를 보면 본래 넓죽한 접시류나 은식기류(flatware) 혹은 식기라는 의미로 쓰였다. 고대 영어에서는 스펠링이 좀 다른 spon이라는 말이 ‘나무토막’ ‘나무 조각’(chip of wood)의 뜻으로 쓰였는데 시대가 변하면서 ‘바보나 얼간이’(simpleton)의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당시의 기록이나 예문을 들여다보면 그냥 바보가 아니라 멍청해서 잘 속고 당하는 의미인데 요즘 말로 ‘호구’에 해당되는 말이었다. 그래서 나온 말이 spoony인데 ‘칠푼이’ ‘반푼이’라는 뜻이다.

최근 한국의 젊은 층에서 취업이 힘든 시기를 거치며 ‘우리는 은수저 신분도 아니고 흙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자조가 들린다. 미국에서 gold spoon 얘기가 나온 적은 있지만 거의 쓰이지 않으며 한국의 ‘흙수저’ 얘기는 한국적 비유일 뿐 이 말을 영어로 옮겨 ‘I was born with a clay spoon in my mouth’라고 직역을 한다면 원어민들이 알아들을 리 없다. 차라리 ‘I was born to endure’같은 plain English로 표현하거나 ‘I was born with a plastic spoon in my mouth’라고 말해야 영어식이다. ‘a plastic spoon’은 ‘The Who’라는 영국의 그룹이 부른 Substitute(1966)라는 노래에 실린 가사 ‘born with a plastic spoon in my mouth’가 유명해지면서 널리 알려진 말이다. 당시에 60년대의 200대 노래 중에 들만큼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지금의 청년층의 좌절감과 비슷한 시대적 아픔을 표현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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