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골한옥마을 11월 한달 간 굿공연 ‘귀한 소리’ 열려
“대운에 복 받으시오~! 내가 영겁 복떡을 해가지고 왔소. 이제 이 떡을 잡숴야지 건강하시고 재수 있고. 노인네가 잡수시면 근력 떡이고, 젊은이 잡수면 재수 떡이고, 환자가 잡수면 약 떡이고. 이 떡 먹고 박사 돼라! 이 떡을 잡수시오!”
21일 은평구 구산동 이상순 무녀의 집에서는 혼인을 앞두고 조상께 복을 비는 혼인여탐굿이 한창이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04호 서울새남굿 예능보유자인 그는 15살이던 1964년 신 내림을 받아 만신 박어진 선생, 박수 최명남 등을 사사했다. 오전 11시 모든 신에게 축원을 비는 부정거리로 시작한 굿은 불사거리, 도당거리, 상산거리로 이어졌다. 불사거리는 주신 불사신과 칠성, 제석, 호구 등 부속신을 함께 놀리는 거리, 도당거리는 산신, 도당, 용신 등을 모셔다가 명과 복을 기원하는 거리, 상산거리는 상산신을 맞아 반염불에 거성춤을 추는 거리다. 대금 해금 피리 장구 가락에 맞춰 6시간여 이어진 굿은 액을 막아 복을 기원하고 떡을 나눠 먹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서울새남굿은 망제(망자)를 좋은 곳으로 보내는 굿인데, 죽은 사람 보내기 전에 먼저 산 사람의 굿을 하지. 그래서 전체적인 굿 형태를 다 볼 수 있어. 궁중에서 했던 굿이기 때문에 너~무 장엄하고 깊이가 있지. 오늘은 앞부분, 산사람 위한 부분만 한 거야.”
굿을 끝낸 이상순 무녀가 물을 마시며 설명했다. 서울굿 중 가장 규모가 큰 서울새남굿은 원래대로 하자면 집안의 재수굿을 겸하는 ‘안당사경치기’와 망자를 극락으로 천도하는 ‘천근새남’을 이틀에 걸쳐 한다. 불교의 저승 개념, 망자에 대한 예의 등이 섞여 무(巫) 불(佛) 유(儒)의 합을 보여주며, 화려한 궁중 복식과 우아한 춤사위가 특징이다. 이 무녀는 “거리가 많고 외워야 할 게 많아서 신 내림 받고도 최소 10년 안에는 못 한다”고 덧붙였다. “옷, 노래, 춤 다 예술적인데 요새는 굿 볼 일이 잘 없으니. 잘못 걸리면 가짜무당 만나. 문화재가 된 사람들은 그렇진 않지. 그래서 하는 거야. 한번 보라고.”
그의 말대로 굿 볼 일 없는 요즘 드문 굿판이 벌어진다. 남산골한옥마을이 다음달 7일부터 21일까지 매주 토요일 기획공연 ‘귀한 소리’를 열어 전통굿을 재현하고, 28일에는 불교음악 아랫녘수륙재를 선보인다. 이상순 무녀의 6시간짜리 축약본 서울새남굿이 7일 첫 굿판이다. 악사 박영태(남편), 박상후(아들)과 세습무로 활동하는 이장단 무녀가 14일 호남지역 오구굿(망자의 한을 풀어주는 굿)인 씻김굿을 준비한다. 진도 씻김굿에는 없는 바리데기거리를 포함해 주요 굿거리를 모두 볼 수 있다. 4대째 동해안별신굿의 무업을 잇고 있는 부산기장오구굿 보유자 김동언 무녀는 21일 발원굿(바리데기 굿)을 중심으로 오구굿을 공연한다.
28일 마지막 무대는 영남지방의 불교음악인 아랫녘수륙재가 장식한다. 고려시대부터 행해진 불교음악으로 불법을 강설하고 음식을 베푸는 종교의식이다. 아랫녘수륙재 보존회장 석봉스님을 필두로 본래 이틀간 이어지는 음악을 90분 가량으로 줄여 선보인다. 11월 주중에는 판소리와 가곡, 굿을 모티프로 만든 퓨전 음악 공연도 선보인다.
7~21일 굿 공연에서는 시민들 신청을 받아 공연 당 10명씩 한풀이 굿을 겸한다. “공연할 때는 신이 잘 안 실리는데, 천도할 망자가 있으면 신이 잘 실려. 좋은 일도 하고.” 오구굿 신청과 전체 프로그램은 남산골한옥마을 홈페이지(www.hanokmaeul.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02)2261-0501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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