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으로 우리가 이길 것이다.”
그야말로 ‘동상이몽’이다. 김도훈(45)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과 최용수(42) FC서울 감독은 2015 KEB 하나은행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전을 앞두고 27일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둘은 31일 오후 1시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A컵 우승을 놓고 일전을 벌인다.
두 감독은 특별한 인연이 있다. 연세대 축구부 1년 선ㆍ후배 사이다. 선배인 김 감독은 “최 감독은 어릴 때 슈팅과 헤딩을 잘 했는데 대학에서도 그 강점을 잘 살렸다”며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라 예상했는데 빗나가지 않았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에 최 감독도 “학창시절 친형제같이 기숙사에서 시간을 보냈다. 지도자로서도 서로 축구철학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며 “김 감독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능력이 있다. 올 시즌 악조건 속에서 팀을 끌어오는 과정을 보며 내년에는 인천을 더 좋은 팀으로 만들 감독이라 생각했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승부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둘은 ‘돌변’했다. 김도훈 감독과 최용수 감독은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김 감독이 믿는 구석은 케빈 오리스(31)와 진성욱(22), 그리고 승리에 대한 의지다. 인천은 지난 2월 영입한 벨기에 출신 공격수 케빈(6골 4도움)과 17일 울산전에서 골맛을 본 진성욱(4골 1도움)을 앞세워 서울의 수비진을 무너뜨리겠다는 계획이다. 김 감독은 “선수들은 결승전에 대한 기대와 책임감으로 똘똘 뭉쳐 있다. 결승에 오르기까지 쉽지 않았지만 선수들이 잘해줬다. ‘미생(未生)’으로 시작했으나 결승에서는 ‘완생(完生)’으로 끝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선수들을 믿는다”고 승부욕을 드러냈다. 창단 후 처음으로 FA컵 결승에 오른 인천은 열정을 앞세워 우승에 다가서겠다는 각오다.
서울은 마우리시오 몰리나(35)와 윤주태(25)의 발끝, 그리고 구단의 FA컵 경험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 감독은 결승에서 몰리나와 윤주태가 골을 넣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는 “인천은 수비가 강하다. 아드리아노(15골ㆍ득점 2위)가 집중수비를 당할 것”이라며 “몰리나와 윤주태가 배후로 침투하는 등 장점을 살릴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은 1998년 안양 LG 시절 이후 17년 만에 FA컵 우승에 도전한다. 지난해 결승에 올랐지만, 시민구단 성남FC에 승부차기 끝에 패했다. 서울(16승10무9패 승점58ㆍ4위)은 K리그에서 3위팀까지 받는 내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수원 삼성(17승10무8패 승점61ㆍ3위)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FA컵 우승팀에도 ACL 티켓이 주어진다.
박종민기자 mi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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