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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파리’ 상영됐던 곳 문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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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파리’ 상영됐던 곳 문닫는다

입력
2015.10.2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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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영화전용관 씨네코드선재가 입주해 있는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예술영화전용관 씨네코드선재가 입주해 있는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있는 국내 대표적 예술영화전용관 씨네코드선재가 내달 문을 닫는다. 국내 첫 예술영화전용관인 동숭시네마테크(1995년 개관)의 맥을 이은 상징적 공간이라 영화 마니아들의 충격은 더 크다. 제1세대 예술영화전용관 시대가 저무는 셈이다.

씨네코드선재는 최근 홈페이지에 “건물주인 아트선재센터 측과 건물 리모델링과 관련한 논의가 있었으나 최종적으로 건물주와 임대차 계약이 종료됐다”며 내달 30일 폐관을 밝혔다. 영화계에서는 임대료 인상 등에 따른 운영난이 폐관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알려졌다. 씨네코드선재는 신문로 씨네큐브 광화문, 대현동 아트하우스모모, 이수동 아트나인과 함께 서울 시내 4대 예술영화전용관으로 꼽혀왔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서울 예술영화 상영 공간의 4분의 1이 사라지는 꼴”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씨네코드선재는 2008년 9월 영국 예술영화 ‘자유로운 세계’를 상영하며 문을 열었다. 동숭동에 동숭시네마테크와 하이퍼텍나다(2000년 개관)를 잇달아 열었던 옥랑문화재단의 지원으로 만들어져 7년 넘게 ‘북촌영화산책’ 등 다양한 기획전을 열어 예술영화 애호가들의 둥지가 됐다. 9만 관객을 모은 ‘위대한 침묵’과 12만 관객이 찾은 ‘똥파리’ 등 흥행도 했으나 매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 씨네코드선재를 찾은 관객은 약 5만명, 현재까지 누적 적자는 9억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아트선재센터는 예술영화의 상징적 공간이기도 하다. 서울 유일의 민간 시네마테크(고전영화를 상영하고 보존하는 영화도서관)인 서울아트시네마가 2002년 이곳에 첫 둥지를 틀었다. 2005년 임대료 인상으로 낙원동으로 옮길 때까지 시네필들이 즐겨 찾는 영화공간이었다. 이 때문에 영화팬들은 2008년 씨네코드선재의 개관을 더욱 반겼다. 영화팬들로서는 추억의 공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상실감을 느끼게 됐다.

대형 멀티플렉스 체인 CJ CGV의 예술영화 상영 분야 진출도 적지 않은 타격이었다. CJ CGV가 운영하는 예술영화전용관 CGV아트하우스(서울 11개 스크린, 전국 22개 스크린)가 자금력과 기획력을 앞세워 예술영화 시장을 공략하면서 단관 극장인 씨네코드선재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한 때 전성기를 누렸던 종로 단성사와 피카디리 등의 몰락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독립 예술영화전용관을 위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최근 예술영화전용관 지원 사업을 폐지하고 예술영화 유통 배급 지원 사업을 새로 시행하면서 전용관의 활로가 더욱 좁아졌다는 지적이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예술영화전용관은 문화 담론이 생산되는 공간”이라며 “수익성만 보고 도서관을 지원하지 않듯 예술영화전용관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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