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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손 맞잡은 ‘어제의 적’ 김부겸-권영진

입력
2015.10.2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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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구시장 선거에서 맞대결했던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과 권영진 대구시장이 27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대구시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마주 앉아 서류를 살피고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지난해 대구시장 선거에서 맞대결했던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과 권영진 대구시장이 27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대구시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마주 앉아 서류를 살피고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27일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는 흥미로운 회의가 열렸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대구시 예산 정책협의회’ 라는 이름의 이날 행사는 대구시가 내년에 꼭 필요한 예산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도록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 마련된 것입니다.

대구하면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본거지이자 여당 지지 성향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곳이기 때문에 야당에게는 불모지나 다름 없습니다. 때문에 야당으로서는 굳이 대구에서 바라는 대로 해줄 이유가 없는 셈입니다. 대구에 예산 많이 줘봐야 새정치연합이 점수를 더 딸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분위기가 당내에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뭔가 어색하고 낯설 것 같은 이날 협의회는 그러나 한 사람의 등장으로 예상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바로 김부겸 전 의원이었습니다. 김 전 의원은 이날의 ‘스페셜 게스트’였습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것은 새정치연합의 홍의락 의원입니다. 홍 의원은 비례대표 의원이지만 대구를 정치적 근거지로 삼고 있습니다. 현재 대구 북구을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내년 총선에서도 출마 가능성이 높은 홍 의원으로서는 당에서는 시큰둥하지만 자신이 출마할 대구를 위해서 뭐라도 더 챙겨주기 위해 애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 홍 의원이 같은 처지에 있는 김 전 의원에게 ‘SOS’를 요청한 것입니다.

김 전 의원은 19대 총선 당시 당선이 유력한 경기 군포 출마를 포기하고 고향인 대구로 내려가 지금까지 지역주의를 부수겠다는 한가지 목표를 위해 혈혈단신 고군분투 중입니다. 4년 가까이 대구 수성갑에서 한 우물만 파면서 19대 총선, 그리고 지난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대구시장에 출마했다 연거푸 고배를 마셨습니다. 당연히 내년 총선 대구 수성갑 출마를 준비 중인 김 전 의원 역시 비록 야당 소속이지만 대구에 뭔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찾고 어떻게 하면 실현될 수 있을까 고민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날 협의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김 전 의원은 이날 기자에게 “(우리당이) 박근혜 예산이니, 최경환(대구 바로 옆 경북 경산이 지역구임) 예산이니 하면서 대구나 TK(대구경북) 예산을 많이 깎으려고 한다”면서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런 김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이 속한 새정치연합이 대구시를 적극 도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직접 협의회에 참석을 한 것입니다. 그는 이날 최재천 정책위의장과 국회 예결위 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에게 최대한 예의를 지키며 자리도 안내하고 기념 사진을 찍을 때는 두 사람이 권영진 시장과 나란히 가운데 서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김 전 의원과 권 시장이 바로 지난해 대구 시장 선거에서 맞붙었다는 점입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예상에도 불구하고 김 전의원은 꽤 선전을 펼쳤고, 몇몇 예측 여론조사에서는 김 전의원이 당시 새누리당 후보였던 권 시장을 이길 것이라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설마설마 하다가 대이변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결국 실제 선거에서는 김 전 의원이 40.3%의 득표율로 졌지만 권 시장이나 새누리당은 등골이 오싹해지기도 했습니다. 자신을 이기고 시장이 된 권영진 시장이지만 이날 김 전의원은 누구보다도 권 시장과 대구시를 위해 뛰었습니다. 후배 정치인이지만 당내 예산 관련 키를 쥐고 있는 의원들에게도 잘 좀 도와달라며 특유의 너스레를 떨기도 했습니다.

권 시장에게는 이날 등장한 김 전의원이 천군만마나 다름 없었습니다. 김 전 의원과 마주 앉은 그는 이날 인사말에서 “도와주십시오”라는 말과 함께 “안민석 의원이 예결위 야당 간사가 됐다는 말을 듣고 춤을 췄다. 저 역시 의원 생활을 했고 그러면서 인간적으로 신뢰를 쌓았다. 새정치연합이 나서서 물산업진흥법, 도청이전특별법 등을 처리해 주시면 대구 시민들이 새정치와 여기 의원님들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낼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에 김 전 의원은 “물산업 클러스터 조성산업은 일부 의원들이 소위 ‘박근혜 예산”으로, 광역권 철도망 사업은 '최경환 예산'이라고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며 “대한민국을 살린다는 결단을 내려달라”고 가세했습니다.

그러자 안민석 의원은 “’수도권 동네정치’하는 사람 입장에선 권 시장, 김 전 의원의 큰 정치가 참 존경스럽고 부럽다”며 “당도 다르고, 1년전 시장 선거에서 (맞)붙은 분들이 마주앉아 이렇게 예산을 협의하는 게 해방 이후 처음일 것”이라고 치켜세웠습니다.

최재천 정책위의장은 “‘박근혜 예산’. ‘최경환 예산’ 대신에 ‘김부겸 예산’, ‘홍의락 예산’이라고 10분의 1이라도 성과를 할양해준다면 저희도 좀 더 열심히 알 수 있지 않겠느냐”고 웃으며 응수했습니다.

홍의락 의원은 “지금 대구시민은 많이 힘들고 아프다. 자신이 뽑은 의원은 맘에 들지 않고 야당은 가끔 염장을 지른다”며 “이제 야당도 정치 쟁점은 정치쟁점대로, 민생은 민생대로 구분해낼 지혜가 있어야 한다”고 쓴 소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지난해 선거에서는 적으로 만났지만 이날 김 전의원과 권 시장은 ‘대구 예산 확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똘똘 뭉쳤습니다. 비록 속마음은 다르겠지만 여야가 하나의 공통 목표를 위해 서로 예의를 지키고 존중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내년 총선에서 두 사람은 서로 당 소속으로 서로 다른 결과를 바라고 있겠지만요.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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