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 16강전은 아직도 명승부로 우리 가슴에 남아 있다. 이탈리아와 경기에서 한국은 안정환 선수의 멋진 헤딩 결승골로 연장 역전승을 거뒀다. 그 날 경기에서는 대전월드컵경기장 관중석에서 붉은악마 응원단이 선보인 ‘Again 1966’이라는 대형 카드섹션도 잊지 못할 장면 중의 하나였다. 1966년 열린 잉글랜드 월드컵 조별 예선에서 북한이 전반 41분 터진 박두익의 결승골로 이탈리아를 1대 0으로 꺾고 8강에 진출한 순간을 재현하자는 의미를 담은 응원이었다.
한일 월드컵에서 우리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며 4강 진출의 신화를 달성했다. 그 이후 그에 필적하는 기록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이제 우리 축구의 응원 구호는 ‘어게인 2002’가 되었다. 축구뿐만 아니라 야구, 농구 등 스포츠에서는 유독 ‘어게인 00’라는 구호가 많이 등장한다. 승리와 영광의 순간을 기억함으로써 자신감을 부여하기 위한 마인드 컨트롤의 일종이라 볼 수 있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과거 성공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정신력 강화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
통계청으로서는 2010년 실시한 인구주택총조사가 바로 기억하고 또 재현하고 싶은 영광의 순간이다. 당시 인터넷조사 참여율이 50%에 육박해 세계를 놀라게 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조사는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처음 도입돼 불과 두 번째 실시만으로 이런 기록을 달성했다. 한국의 인터넷조사 성공은 통계 분야에서 국제적인 화제가 되었으며 많은 개발도상국가들이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지금도 통계청을 찾고 있다. 정보통신강국의 저력과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만들어낸 결과다.
근대적 의미의 인구조사는 1925년에 처음 실시되었다. 이후 5년마다 18차례 조사가 진행되었고 올해 19번째 인구주택총조사가 11월 1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된다. 올해는 90년만에 조사방식이 크게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는 등록센서스 방식의 도입이다. ‘등록센서스’란 인구, 가구, 주택과 관련한 12개 기본 항목은 방문조사 없이 각 행정기관이 보유한 자료를 이용해 조사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세부 조사가 필요한 항목은 전국 가구의 20%를 표본으로 선정해 방문 또는 인터넷 조사로 진행한다. 10월 24일부터 31일까지는 조사대상자가 사전에 인터넷으로 조사에 참여할 수 있고, 인터넷 조사를 하지 못한 조사대상자에게는 11월 1일부터 조사원이 직접 방문해 조사한다.
인터넷 조사와 등록센서스를 도입하는 것은 사생활 보호 의식 강화와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방문조사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인터넷 조사는 2010년의 성공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참여 대상은 확대하고 조사 일정은 단축했다. 인터넷 조사가 불편한 고령자 가구도 타지의 자녀나 주민자치센터 등의 도움을 얻어 참여할 수 있고, 사회시설이나 외국인도 조사 참여가 가능토록 입력시스템을 개선했다. 또한 보안 시스템을 강화해 등록 자료와 조사 자료에 대한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 대책 강화에도 주력했다.
지난 연휴 TV에서 지난해 개봉해 화제가 되었던 영화 ‘비긴 어게인’을 다시 보았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다시 시작’하자는 뜻이겠지만 두 단어를 나눠보면 ‘비긴’과 ‘어게인’이다. 영화 제목이 이번 인구주택총조사의 의미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이번 인구주택총조사에 대입해보면 ‘등록센서스’의 새로운 방식은 ‘비긴’이고, 인터넷 조사는 2010년의 성공을 재현하는 ‘어게인’으로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02년 월드컵 16강에서 ‘어게인 1966’과 같이 펼쳐진 카드섹션은 ‘꿈은 이루어진다’였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도 성공의 꿈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유경준 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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