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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 효능

입력
2015.10.2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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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저축은행 선수들 전의 불끈

대한항공과 풀세트 접전 3-2 승리

19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5-2016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OK저축은행과 한국전력의 경기에서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5-2016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OK저축은행과 한국전력의 경기에서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세진(41) OK저축은행 감독의 사과가 팀 분위기를 확 바꿨다.

OK저축은행은 26일 경기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5~16 프로배구 남자부 V리그 대한항공과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로 이겼다. OK저축은행 선수들은 풀세트 접전 상황에서 강인한 정신력을 발휘하며 놓칠 뻔한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선수들이 똘똘 뭉친 배경에는 김 감독의 사과가 있었다. 그는 대한항공과 경기 전 인터뷰에서 “어제(25일) 선수들을 모두 쉬도록 했다. 가볍게 몸만 풀었다”며 “1라운드인데 (우리카드전에서) 내가 선수들을 너무 닦달했다.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매번 다짐하지만 그게 잘 안 된다. 팀 미팅에서 선수들에게 사과했다”고 말했다.

OK저축은행은 2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2-3으로 패했다. 경기 전까지 OK저축은행은 3연승, 우리카드는 3연패를 달리고 있었다. 리그 최상위 팀이 최하위 팀에 덜미를 잡힌 셈이다.

극약처방이 필요했다. 김세진 감독은 선수들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의 행동을 되돌아봤다. 그는 우리카드와 경기 중 선수들을 지적하기 급급했던 자신의 모습을 뉘우쳤다. 그리고 선수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기로 결심했다. 자존심과 승부욕이 강하기로 유명한 김 감독이 선수들 앞에서 사과한 것은 그로서는 대단한 용단이었다. 감독이 건넨 뜻밖의 사과에 선수들도 하나로 뭉쳤다.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

김 감독은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선수들을 야단을 칠 때도 마찬가지이다. 혼내고도 오히려 내가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한다“며 “그러나 인정할 건 인정하고 싶었다. 경기 운영이 미숙했던 부분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나는 위에서 군림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선수들과 함께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감정의 배설물을 선수들에게 전가할 순 없는 것이다”며 리더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OK저축은행은 디펜딩 챔피언이다. 그런 만큼 김 감독이 느끼는 심적 부담도 컸다. 그는 “(지난 시즌 우승팀이라) 지도자도, 선수도 모두 부담을 갖게 된다. 못하면 주눅들까 봐 걱정이고 잘 하면 또 너무 보여주려고만 할까 봐 걱정이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김 감독은 “감독의 역할은 그러한 부분들을 컨트롤하는 게 아닐까 싶다. 뭐, 말로는 참 쉽다”며 진지한 분위기를 애써 유머로 마무리했다.

박종민기자 mi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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