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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어든] 이승우가 '호날두'로 성장하지 못할지라도

입력
2015.10.2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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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청소년 월드컵 한국대표팀을 떠올려보면 흥미로운 생각이 든다. 그때의 선수들은 현재 20대 중반이 되어 커리어의 전성기를 향해 달리고 있다. 몇몇 이름은 프로클럽과 대표팀에서도 찾아볼 수 있게 됐지만 프로무대에서 밀려나 내셔널리그 등으로 향한 선수들도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그 당시 멤버는 윤빛가람, 김승규, 한국영, 이용재, 배천석 등이다. 이 중에서도 11월 슈틸리케호에 승선을 자신할 수 있는 선수들은 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정신이 번쩍 드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2007년 당시 청소년 대표로 참여했던 선수들은 모두 유명 클럽에 입단한 뒤 성인 대표가 되는 꿈을 꾸었을 것이다.

K리그와 해외리그에서 프로 선수가 된 선수들이 꽤 있기에 1차적인 꿈은 이루어졌다고 볼 수도 있다. 17세 대표팀만 해도 전국의 많은 또래 선수들 중에 해당 포지션의 1~2위가 되어 23인 스쿼드에 든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16~17세라면 완전히 발전한 축구 선수로 가기에는 많은 도전과 숙제가 남아 있는 나이다. 좀 더 빨리 발전하는 재능이 있는가 하면 나중에 꽃을 피우는 유형도 있다. 물론 재능을 다 발휘하지 못해 프로 선수로서 ‘롱 런’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모든 삶이 다 마찬가지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U-17 칠레월드컵 대표팀 이승우가 16강 벨기에전을 앞둔 25일(현지시간) 티에라스발란카스 경기장에서 공식훈련을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U-17 칠레월드컵 대표팀 이승우가 16강 벨기에전을 앞둔 25일(현지시간) 티에라스발란카스 경기장에서 공식훈련을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지금 우리는 이승우를 재능, 실력, 잠재력과 함께 바라보고 있다. 보통 수준을 훨씬 능가하는 커다란 재능과 잠재력이라는 점이 특징이면 특징이다. 이러한 선수가 팀에 있는 것은 당연히 도움이 된다. 상대를 위축되게 만듦과 동시에 집중 방어의 대상이 되기에 전술적으로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 (다른 선수들이 마음속으로 이러한 상황을 얼마나 좋아할지는 알 수 없다)

이승우가 우리가 기대하는 모습으로 성장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지금 모습만 봐서는 유럽 축구의 주요 스타가 될 것 같지만, 미래는 알 수 없는 일이다. 17살에 스타가 되는 것과 27세에 스타가 되는 것에는 커다란 차이점이 있다. 이승우는 그라운드 안팎에서의 부담을 조절할만한 정신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가 바르셀로나 B에서 확실히 인정받고 1군으로 올라설 수 있을까? 이승우의 진정한 테스트는 여기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이승우는 또래 아이들과 경기를 뛰지 않는다. 다년간의 경력을 갖춘 정식 프로 선수들을 상대해야 한다. 커리어의 마지막을 보내는 베테랑들은 바르셀로나의 새 스타로 평가되는 어린 선수에게 강렬하고도 거친 레슨을 제공하려 할 것이다.

이승우가 이러한 무대에서 살아남아 자신을 증명할 수 있다면 진정한 스타의 길은 저절로 열리게 된다. 17세 이하 월드컵보다 더 험난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이승우는 스페인에서도 잘 알려진 유망주이기에 많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승우가 거기서 올라서지 못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K리그 클래식의 중간급 선수가 된다고 해서 그의 인생이 실패했다고 볼 수는 없다. K리그 클래식의 프로 선수로 뛴다는 것도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수많은 아이들이 축구를 하지만 K리그 구단의 주전이 되는 선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 자체가 축구 인생의 성공이 아닌가?

호날두를 떠올려보자. 2003년 그가 맨유에 입단했을 때만 해도 지금과 같은 명성과는 엄청난 격차가 있었다. 상당한 재능과 잠재력을 갖췄지만 이 정도로 성장하리라는 예상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는 2006년부터 재능을 꽃피우기 시작하더니 2009년까지 엄청난 발전을 했다. 레알 마드리드로 떠날 때는 이미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가 되어있었다.

잉글랜드에 적응하려 애쓰며 나은 축구를 위해 노력했던 시간이 긍정적인 결과의 바탕이 됐다. 20세 초반은 선수의 성장에 있어 절대적으로 중요한 시기라 할 수 있다. 이 시기를 통해 잠재력이 실제적인 능력으로 나타나게 될지 확실히 파악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아르센 벵거의 견해를 적어본다.

"12세의 어린이를 보면 그 아이가 축구 선수가 될 기술적 자질이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14-16세에는 프로 무대에서 뛸 신체적인 능력이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고, 16-18세가 되면 다른 선수와 연계플레이 등 전술을 이해하는 능력이 있는지 파악하게 된다. 20세부터는 정신적인 능력을 알아볼 수 있다. 최고 수준에 올라서려면 스스로를 희생하고 유혹을 절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대한축구협회 제공

현재의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연령대가 어린 편이고, 기성용과 손흥민처럼 젊지만 많은 경험을 가진 선수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들과 경쟁하려는 젊은 도전자들도 계속 배출되고 있기에 미래가 밝다. 현재의 대표팀은 젊은 피와 새로운 재능을 절박하게 필요로 하지 않기에, 슈틸리케 감독은 인내심과 함께 자신이 구상하는 팀을 장기적으로 꾸려갈 수 있다.

지금 한국 축구에 필요한 것은 성인 대표팀과 비슷한 철학으로 플레이하는 강한 연령대별 스쿼드다. 그렇기에 지금의 청소년 대표들을 보며 어느 정도는 낙관적인 마음을 갖게 된다. 이들이 아직 완성된 선수들은 아니지만 기술-전술적으로 분명한 잠재력을 나타내고 있다. 모두 성인 대표 수준으로 올라서지는 못하겠지만, 몇몇 선수는 진정한 월드컵 무대에 서는 인물로 성장하리라 예상한다. 그 주인공이 이승우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아까도 말한 것처럼, 이승우가 평범한 프로 선수로 남는다고 해도 이를 결코 실패라 부를 수는 없다.

축구 칼럼니스트/ 번역 조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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