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생이 중학생이라고 속이고 여중생과 성관계를 가졌음에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26일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김경 부장판사)에 따르면 19세 A씨는 최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형을 받았다. A씨는 지난 4월 25일 오후 1시경 성동구 자택에서 14세 B양의 나체 동영상을 찍고 "성교를 하면 지워주겠다"고 협박해 성관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이는 나체를 촬영한 것에 대해서만 유죄를 적용한 판결이었다. 재판부는 "B양이 보낸 '오빠는 내 이상형'이라는 메시지 등과 이들의 만남 과정을 종합했을 때 A씨가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고 볼 수 없다"며 위계 등 간음 혐의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알몸을 찍은 것에 대해서는 단순 촬영이 아닌 성폭력범죄 처벌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를 적용했다.
A씨는 지난 2월 중순 인터넷 카페를 통해 알게 된 B양에게 자신을 중학교 3학년으로 속이고 접근했다. 그리고 B양을 집에 데려와 세 차례에 걸쳐 유사 성행위를 했다. 이후 2월 말 대학교에 진학하게 된 A씨는 "충청도에 있는 고등학교로 가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B양은 "나 진짜 오빠 좋아했다", "사랑해", "연락 끊지 마"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둘은 잠시 연락이 끊겼으나 4월 중순 B양의 연락을 받은 A씨는 범행 당일 B양을 집으로 불렀다. A씨는 처음에 "성교를 하지 않을 테니 옷 벗는 것만 촬영하겠다"고 한 후 B양의 알몸을 촬영했다. 그러나 B양이 옷을 벗자 바로 돌변해 "성교를 하지 않으면 동영상을 지우지 않겠다"고 위협했다. 그리고 둘은 성관계를 맺었다.
이러한 일은 그날 저녁 B양의 어머니에 의해 드러났다. 딸의 행동이 평소와 다른 것을 수상히 여긴 B양의 어머니는 B양을 추궁했고 A씨에게 전화를 했다. 그리고 B양의 어머니는 A씨가 "사실 나는 20살이고 B양에게 해선 안 될 짓을 했다"는 말을 들은 뒤 곧바로 경찰에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A씨는 그동안 구속 수사를 받고 있었지만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석방됐다. 성폭력 치료 수강 40시간만 명령받았다.
한편 법원은 최근 기혼의 40대 연예기획사 사장이 중학생을 임신시켰는데도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중학생은 A씨의 강요와 위협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성관계에 응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남자의 "순수한 사랑이었다"는 말만 받아들였다.
김재웅 기자 jukoas@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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