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업체들 간에 주파수 전쟁이 치열하다. SK텔레콤과 KT가 보유한 2.1㎓ 주파수의 사용 기간이 내년 말 종료되면서 다시 배분되는 이 주파수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주파수는 언뜻 보면 일반 이용자들과 큰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주파수 확보를 위해 이통사들이 투자를 하면서 이 비용을 고스란히 요금 책정을 위한 원가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결국 주파수 싸움이 이동통신 이용자들의 통신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황금 주파수 양보 못 해” 날 선 공방
2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른바 ‘황금 주파수’로 통하는 2.1㎓ 주파수 가운데 SK텔레콤과 KT가 사용 중인 100㎒ 대역폭의 사용기간이 내년 말 종료된다.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사용기간 만료 1년 전인 12월 초까지 어떤 방식으로 주파수를 배분할지 결정해 공고해야 한다. 이 방식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이통사들은 희비가 엇갈리게 된다. 그래서 이통사들은 주파수 사용기간 만료 1년 전인 지금부터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전파법에 따르면 사용기간이 종료된 주파수는 미래부가 회수해 경매에 부칠 수도 있고 기존 사용하던 통신업체에 재할당할 수도 있다. 최근 미래부는 100㎒ 폭 가운데 SK텔레콤이 LTE용으로 사용중인 20㎒ 대역폭만 경매에 부칠 것으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100㎒ 대역폭 중 나머지 80㎒ 대역폭은 기존 사용 중인 SK텔레콤과 KT가 다시 재할당 받는다. 당연히 LG유플러스는 이에 반대하며 최소한 60㎒대역폭을 경매에 내놓으라고 주장하고 있다. 40㎒ 대역폭은 3세대 이동통신용으로 사용하고 있어 사실상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 난데없는 ‘전세론’까지 불거졌다. SK텔레콤은 “전세 세입자가 제 집처럼 다 꾸며놨는데 계약 기간이 끝났다는 이유로 내몰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고, LG유플러스는 “계약 기간이 끝났으니 방 빼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내년 초 분배하는 주파수는 700㎒, 1.8㎓, 2.1㎓, 2.5㎓, 2.6㎓ 등 5개 주파수에 걸쳐 총 260㎒ 대역폭이다. 이 가운데 2.1㎓주파수만 SK텔레콤과 KT가 각각 60㎒, 40㎒ 대역폭씩 사용 중이다. 나머지 주파수는 비어 있다.
2.1㎓은 대부분 국가에서 3G용이나 LTE용으로 쓰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휴대폰 업체들은 2.1㎓ 주파수를 기본 지원한다. 만약 2.1㎓ 주파수를 확보하고 있지 않은 이동통신사들은 전용 주파수에 맞춰 휴대폰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그만큼 2.1㎓ 주파수를 갖고 있는 이통사는 휴대폰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특히 LG유플러스는 현재 갖고 있는 주파수 대역과 경매 검토 대상인 SK텔레콤의 20㎒ 대역폭이 맞닿아 있어서 이를 확보하면 나란히 붙여서 광대역 LTE 서비스를 할 수 있다.
불투명한 정부의 주파수 정책이 문제
그만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2.1㎓ 대역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선 SK텔레콤은 이통 3사의 LTE 주파수 보유량의 균형을 맞추려면 기존 이통사들이 그대로 사용하는 재할당이 맞다는 입장이다. 현재 이통3사의 LTE 주파수 대역폭을 보면 SK텔레콤 95㎒, KT 85㎒, LG유플러스 80㎒로 SK텔레콤이 가장 많지만 이를 LTE 가입자수로 나눠볼 경우 SK텔레콤이 1인당 5.46㎒으로 KT(7.6㎒), LG유플러스(9.06㎒)보다 적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갈수록 이용자가 증가하고 있는 LTE용 주파수는 업체 간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여기서 LTE용 주파수를 정부가 회수해 간다면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공정 경쟁을 위해 경매에 부치라는 주장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우리가 20㎒ 대역폭을 추가로 가져가면 이통3사 모두 광대역 LTE 서비스가 가능해 전체이동통신 이용자들의 후생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LG유플러스는 황금 주파수를 재할당하면 심각한 국고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거 주파수 경매가 조 단위로 가격이 뛰었던 점을 감안하면 2.1㎓를 경매에 붙일 경우 약 5조원대에 이를 것이란 주장이다. 하지만 재할당하면 주파수 이용대가가 2조원을 넘지 않아 3조원의 국고 손실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갈등의 근본적 원인은 정부의 투명하지 못한 주파수 정책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파수 배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정부 정책이 매번 달라져 혼란을 키운다”며 “해외처럼 주파수 백년대계를 수립해 통신업체들이 언제 주파수가 경매에 나올지 예측 가능해야 통신업체들이 여기 맞춰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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