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주표 스릴러가 또 통했다. 연달아 세 번째다. 2013년 ‘숨바꼭질’이 560만4,105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을 동원하며 깜짝 흥행하고 지난 5월엔 ‘악의 연대기’가 219만2,525명을 부르며 쏠쏠한 수익을 남기더니 지난 22일 개봉한 ‘더 폰’이 늦가을 극장가를 선도하고 있다. 지난 25일까지 72만9,123명을 모으며 주말 흥행순위 1위에 올라 배우 손현주와 스릴러 장르의 끈끈한 궁합을 다시 확인했다. TV드라마 ‘추적자’(2012)와 ‘쓰리데이즈’(2014)까지 포함하면 스릴러로 5타석 연속 흥행 안타를 쳐낸 셈이다. 손현주의 이름 앞에 ‘스릴러의 황태자’라는 별명이 붙을 만도 하다. ‘손현주 하면 스릴러’ 공식이 성립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손현주는 영화보다 방송에서 잔뼈가 굵었다. 1991년 KBS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뒤 안방극장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다. 다정다감한 남편을 연기하다가도 가정을 등한시하는 남자로 변신했다. 선한 역과 악한 역, 서민과 기업가 등을 오갔다. 20년 넘게 방송국에서 활동하며 다채로운 감정을 적절하게 펼쳐낼 수 있는 배우가 됐다. 형과 절연하며 사는 비정한 동생이면서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선 사투를 마다 않는 중년 남성(‘숨바꼭질’), 우발적인 살인을 감추고 지위를 지키려다 연쇄살인에 말려드는 고위 경찰관(‘악의 연대기’) 등 스릴러 속 주인공의 복잡한 내면을 스크린에 새기는 역할을 하기에 적합한 배우다.
손현주의 연기력은 ‘더 폰’에서도 빛을 낸다. 1년 전 괴한에게 살해된 아내와 통화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기이한 이야기는 손현주의 얼굴과 몸을 통해 설득력을 얻는다. 손현주는 초자연적 현상을 수긍하고 아내를 죽음으로부터 구해내려 고투하는 변호사 고동호의 절박한 상황을 매끄럽게 전달한다. ‘더 폰’의 투자배급사 NEW의 박준경 마케팅 본부장은 “관객들이 영화 속 상황을 진짜라고 믿도록 하는 생활 밀착형 연기의 달인”이라며 “좋아하는 관객 폭이 넓은 면도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손현주의 빼어난 연기력 덕분에 영화 전개에 의문을 품을만한 관객도 영화에 몰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추적자’와 ‘숨바꼭질’의 후광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손현주는 스릴러 드라마 ‘추적자’로 충무로 관계자들의 눈에 든 뒤 ‘숨바꼭질’로 영화 활동의 기지개를 켰고, 예상 외로 크게 흥행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스릴러가 연이어 성공하니 제작자나 감독 등이 스릴러 출연을 권할 수밖에. 손현주는 지난 5월 인터뷰에서 “데릴사위를 잘하면 데릴사위 역할 제의가 많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조각미남이 아닌 외모도 역설적으로 도움이 된다. 평범한 외모가 극단적인 상황에서 오히려 더 설득력을 내뿜는다는 해석이다. 영화홍보마케팅회사 영화인의 신유경 대표는 “‘추적자’ 등에서 손현주는 배우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진솔한 연기를 했다”며 “현실적인 외모와 절박한 표정이 특히 극적 요소가 강한 스릴러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준경 본부장도 “대중의 호감을 사는 몇 안 되는 배우 중 하나”라며 “외모가 주는 편안함도 장점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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