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터널서 과속으로 전복사고
연쇄 폭발로 화재… 22명 중경상
운전자들 침착 대응 대형사고 모면
수학여행버스에 탄 119 대원들도
학생·교사들 신속히 대피시켜
중부내륙고속도로 터널 안에서 시너를 실은 트럭이 넘어지면서 시너통이 연쇄적으로 폭발, 대형 참사가 일어날뻔했다. 뒤따르던 차량 운전자들의 침착한 대응과 때마침 수학여행 차량에 동승한 119구조대원의 발 빠른 대피지시 덕분에 인명피해는 크지 않았다.
26일 낮 12시8분쯤 경북 구미시 중부내륙고속도로 상주터널 마산방면(하행선) 132.4㎞ 지점에서 18ℓ짜리 시너를 가득 실은 트럭이 넘어져 쏟아진 시너통에 불이 나면서 연쇄폭발, 2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불은 출동한 119소방대에 의해 1시간30분만에 진화됐다. 이 사고로 차량 11대가 불에 탔고, 하행선이 5시간가량 전면 통제됐다. 상주터널은 구미시 옥성면과 상주시 낙동면 경계에 있으며, 사고는 길이 1.6㎞ 가량인 터널 입구로부터 300m 가량 지점에서 일어났다.
당시 한국도로공사는 터널 출구 전방 4.5㎞ 지점에서 차선 도색 중이었고, 이 여파로 뒤로 5.5㎞ 이상 차량들이 서행하고 있었다. 사고 트럭 운전사 주모(34)씨는 이런 사실을 모른 채 빠른 속도로 터널로 진입하다 서행중인 차량들을 뒤늦게 발견하고 급제동했으나 사고를 피할 수 없었다.
한국도로공사 폐쇄회로(CC)TV에 찍힌 동영상에는 대부분 차량이 비상등을 켜고 서행하는 동안 2차로에서 주씨의 트럭이 빠른 속도로 달려오다가 급제동하면서 오른쪽으로 기우뚱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차량은 순식간에 터널 오른쪽 벽을 들이받고 넘어지면서 적재함의 시너통이 와르르 쏟아졌고 몇 초 뒤 화염이 솟구치고 시너통이 연쇄 폭발했다.
이날 사고로 주씨는 뜨거운 연기를 마셔 기도 화상을 입었다. 뒤따르던 차량 운전자 김모(54)씨는 온몸에 3도의 중화상을 입고 상주적십자병원을 거쳐 헬기로 대구의 화상전문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강모(33)씨 등 7명이 귀, 팔 등에 부분화상을 입었고, 13명의 운전자와 동승자들이 연기를 마셔 목이 아프다고 호소,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뒤따르던 차량 운전자들과 119대원들의 침착한 대응으로 큰 화를 모면했다. 당시 특수화학물질을 실은 유조차 등이 사고트럭을 뒤따랐으나 트럭에 불이 나자 운전자들은 긴급히 차를 세우고 터널 뒤로 재빨리 대피했다.
특히 서울 영등포구 신대림초등학교 6학년 학생과 교사 70명을 수학여행버스 2대에 나눠 타고 가던 서울119특수구조단 소방장 2명이 신속한 대피를 도왔다. 이들은 매뉴얼에 따라 학생ㆍ교사들은 터널 외부 안전지대로 대피시킨 뒤 다른 차량 탑승자들의 대피를 지원했다. 수학여행 버스는 사고차량 50m가량 후방에 있었고, 사고발생 1시간 30분 뒤 우회도로를 이용해 다시 출발할 수 있었다. 서울소방본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수학여행을 떠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119구조대원 동행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며, 이날도 학생들의 안전교육차 동승했다.
한국도로공사와 경찰, 경북소방안전본부는 연기 제거 등 터널내 정리작업을 마친 뒤 이날 오후 5시30분쯤 1차로 통행을 재개했고, 이날 밤 늦게 완전 소통시켰다. 도공 관계자는 “사고현장에 대한 긴급안전진단을 실시한 결과 구조안전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돼 청소 후 통행을 재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차선도색 현장이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여파가 길어 터널 안에서 대부분 차량이 서행했는데 사고 트럭은 이를 제때 발견하지 못한 것 같다”며 “정확한 사고원인과 피해상황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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