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글로벌 장난감 기업인 레고가 중국의 인권운동가이자 설치미술가인 아이웨이웨이(艾未未)의 대량주문을 거절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레고 측은 아이웨이웨이가 중국에서 ‘중국 대표 반체제 예술가’여서 자사의 제품이 정치적으로 사용될까 우려된다며 판매를 거절한다는 메일을 보냈다. 이 메일이 공개되자,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서로 자신의 레고를 기부하겠다는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이웨이웨이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 설계에도 참여한 중국 최고의 미술가이자 사진작가 영화감독이다. 베이징에서 태어나 세계적 디자인학교인 뉴욕 파슨스 디자인스쿨을 졸업한 후 중국으로 돌아가 예술활동을 펼쳤는데, 민주주의와 인권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반체제 예술가’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아이웨이웨이는 12월 호주 멜버른의 ‘빅토리아 내셔널 갤러리’에서 ‘인권 자유’를 주제로 전시할 방 한 칸 크기의 대형 설치예술품에 레고가 필요했다. 레고 측이 판매를 거절하자 아이웨이웨이는 23일 인스타그램에 “상하이 레고랜드 건설에는 우호적이면서 예술가에게 레고를 판매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소지하고 있던 레고를 변기에 버리는 사진을 올리고 “상업적인 가치만 추구하고 예술가에게는 검열을 가하고 있다”며 항의했다.
이를 본 전세계 네티즌들은 “레고랜드를 만들어도 중국인들이 가지 않을 것”이라며 레고의 결정을 비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5일 덴마크에서 일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트위터를 통해 개인이 소지하고 있는 레고를 아이웨이웨이에게 기부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보도했고 아이웨이웨이는 레고를 조달 받을 방법을 찾아 전시품을 완성하겠다고 답했다.
레고 측은 개인 표현의 자유는 인정하지만, 오랫동안 제품이 정치 소재로 사용되는 것을 막고 있다고 해명했다.
아이웨이웨이는 1993년부터 중국의 중앙집권 체제에 도발적인 작품들을 발표해왔다. 개인의 SNS를 통해 중앙집권체제의 부조리한 실상을 고발했다. 2008년 쓰촨 대지진 당시에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중국정부가 사망자의 집계 수를 은폐한다는 사실과 건물 시공 때 뇌물을 받는 등의 부정부패로 올바른 시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밝혀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그럴수록 중국 내에서는 반정부인물로 낙인 찍혀 신원미상의 행인에게 구타를 당해 입원하거나 201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류사오보의 석방을 요구하다 2개월간 가택연금을 당했다. 작년 4월에는 이유 없이 80일간 구금되는 등 수모를 겼었지만 2014년 ‘미국 타임지 100인’에 선정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뽑혔다.
전영현 인턴기자(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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