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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자 섭외하고 시작하는 오디션이 오디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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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자 섭외하고 시작하는 오디션이 오디션일까

입력
2015.10.26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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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을 수행하지 않고 자작곡을 부르고도 Mnet '슈퍼스타K7' 톱6에 진출한 밴드 중식이. 방송화면 캡처
미션을 수행하지 않고 자작곡을 부르고도 Mnet '슈퍼스타K7' 톱6에 진출한 밴드 중식이. 방송화면 캡처

‘반칙한 중식이는 탑6에 올라갔네’(도교*)

Mnet ‘슈퍼스타K7’ 시청자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지난 15일 첫 생방송 무대에서 밴드 중식이가 ‘시대의 아이콘’이라는 주제에 맞는 노래를 골라 재해석하는 미션을 따르지 않고 자작곡을 불러 규칙을 어겼는데도 무사 통과한 것을 비꼰 것이다.

재치 있는 노랫말과 음악으로 주목 받던 중식이가 ‘슈퍼스타K7’의 ‘미운 오리새끼’가 됐다. 애초에 2014년 ‘아기를 낳고 싶다니’란 음반을 내고 같은 해 한국인디뮤지션대상 금상까지 받은 중식이가 일반인 지원자와 경쟁하는 게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청자 박건민(39)씨는 “방송 보고 중식이를 좋아했지만, 자작곡을 부른 걸 보고 이미 프로 데뷔한 이들이 신인 발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경쟁한다는 게 맞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실 ‘슈퍼스타K7’은 신인 가수 발굴이라는 통상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의 취지에 맞지 않게 지원 자격을 신인으로 제한하지 않는다. 자격을 열어두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이슈가 될 만한 지원자를 적극 유치해 프로그램 띄우기에 이용한다. MBC ‘위대한 탄생’에서 톱5에 들었던 A씨는 26일 한국일보에 “‘위대한 탄생’이 끝난 뒤 지난해 ‘슈퍼스타K’ 제작진으로부터 출연 요청을 받았는데 고사했다”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 ‘슈퍼스타K’에 다시 지원한다면 흥미로운 얘깃거리가 될 수 있다. 이미 타 방송을 통해 얼굴을 알려 신인이라고 볼 수 없지만 방송의 재미를 위해 제작진이 출연자 섭외에 나섰단 얘기다.

이처럼 각종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화제를 만들기 위해 ‘오디션 유명인’ 섭외에 열을 올리는 것은 방송가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했던 한 작가는 “예선을 거쳐 뽑히는 순수한 보석은 30% 미만”이라며 “방송 제작 전 결선 후보자의 절반 정도는 사전에 오디션 실력자를 섭외해 놓는다”고 말했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실력을 인정 받은 이들이 ‘섭외 1순위’다.

지혜원 문화평론가는 “원칙 없는 지원자 기준과 경연 룰의 혼동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흔들고 ‘짜고 치기’란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뿐”이라며 “제작진이 원칙을 세워 투명하게 관리해야 오디션 프로그램이 오래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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