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얼굴이 좀 눌려있죠? 다른 여배우들은 입체적인데 말이에요. 그래도 버텨야죠.(웃음)”
26일 서울 목동 SBS홀에서 만난 배우 백지원(42)은 인터뷰 내내 수줍었고, 자신을 한참 낮췄다. SBS 주말극 ‘애인있어요’에서 최진언(지진희)의 이복누나 최진리의 사악한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평소 말이 없고 내성적이라는 백지원은 댓글이 무서워 자신에 대한 기사도 잘 안 본다. 다만 “예쁘진 않아도 배우로서 쓸모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연기하는 최진리는 아버지 사업의 후계자 자리를 두고 계모(나영희)와 경쟁하는 안하무인 재벌 딸이다. 아버지를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나 막말을 퍼붓고 갑질을 일삼는다. 하지만 전형적인 악역과는 다르다. 이복동생의 불륜녀 강설리(박한별)에게 “거지발싸개 같은 게 따박따박 말대꾸냐”며 모욕을 주자 특히 중년 여성시청자들이 “속이 시원하다”며 열광한다. 그는 “악랄하기보다는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유아기적 캐릭터”라며 “그래서인지 평소 할 말 못하고 참는 분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캐릭터 분석이 심상치 않은 이 배우는 연극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1996년 ‘떠벌이 우리 아버지 암에 걸리셨네’란 작품으로 데뷔했으니 벌써 20년 차. 꽃을 좋아해 원예학과(경희대)에 진학했다가 20살이 넘어 무대에 서기 시작한 백지원은 “집, 학교만 알던 소위 모범생이 연극을 통해 비로소 자유로워졌다”며 “연극영화학과가 아니라 배우지 못한 것을 책으로 독학해 연극을 인문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가 대중에 얼굴을 알린 건 ‘안판석 사단’에 이름을 올리고부터다. JTBC ‘아내의 자격’(2012)을 시작으로 ‘밀회’(2014)의 왕 비서, SBS ‘풍문으로 들었소’(2015)의 유 변호사로 안 PD 작품에 잇달아 출연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출연작마다 개성 강한 조연을 맡아온 그는 “이번 드라마에서 처음 앞머리를 자르고 화장도 진하게 했다”며 “ ‘애인있어요’를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나를 못 알아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드라마에서 가장 호흡이 잘 맞는 배우는 “(남편 역) 공형진 선배”란다. “연기톤을 늘 칭찬해주고 대사를 잘 받아준다”고 했다. 또 지진희를 터프, 김현주는 연기파, 이규한은 섬세, 박한별은 쿨함이라 단어로 설명하며 웃었다.
백지원은 “주인공의 삶을 잘 받쳐주는 역할을 정확히 해내는 것이 목표”라는 말로 연기 철학을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은 양념이 많은 캐릭터인데 언젠가는 아주 담백한 성격을 가진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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