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통장을 금융범죄에 활용한 범죄조직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대포통장을 만들어 판매하고 이 통장들에 입금되는 범죄 수익금을 가로챈 혐의(횡령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로 김모(36)씨 등 경북 지역의 폭력조직 H파 조직원 4명을 구속하고 통장을 판매한 이모(36)씨 등 2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8월까지 유령회사 13개를 설립해 회사법인 명의의 통장 54개를 만들었다. 이들은 경기 충북 대구 등지의 5개 폭력조직과 함께 대포통장 한 개당 100만~140만원을 받고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에게 6,800만원에 팔아 넘겼다. 이후 온라인을 통해 통장 계좌에 도박자금이 입금되면 비밀번호를 고의로 잘못 입력해 거래중지 상태로 만든 뒤 통장을 재발급 받아 돈을 인출하는 수법으로 24차례에 걸쳐 4억6,000만원을 빼돌렸다.
조사결과 김씨는 수익금 중 1억4,200만원을 조직의 간부 문모(37)씨에게 상납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씨가 “범행에 문제가 생기면 뒷감당을 해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씨는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 오자 김씨에게 “다 떠안고 가라”며 책임을 미뤄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도박사이트 운영이 불법이라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는 점을 악용한 범죄”라고 설명했다.
전화금융 사기(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되는 대포통장만 전문적으로 배송한 일당도 검거됐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포통장을 배송한 퀵서비스 업체 사장 염모(39)씨와 통장 모집책 중국인 오모(34ㆍ여)씨 등 4명을 사기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염씨는 2013년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 건당 4만원 이상의 돈을 받고 150여 차례에 걸쳐 택배 기사들에게 대포통장 배송을 지시하고 6억원가량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염씨를 통해 넘어간 대포통장으로 보이스피싱을 당한 피해 규모는 920명, 3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보이스피싱으로 챙긴 돈을 중국으로 불법 환전해 준 이모(43)씨 등 환전업자 8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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