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에는 아줌마들이 주축인 ‘줌마렐라(아줌마와 신데렐라의 합성어)’ 축구단이 있다. 지난해 11월 처인구 이동면이 처음으로 창단한 이래 31개 모든 읍ㆍ면ㆍ동에 팀이 생겼다. 참여하고 있는 아줌마 선수만 무려 800여명. 대장암을 이긴 주부에서 다문화 가정 며느리, 68세 어르신까지 축구공 하나로 뭉쳐 여성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30대 며느리와 함께 축구를 하고 있는 강규옥(59ㆍ여)씨는 “축구를 하고 나면 고부간의 스트레스도 한방에 날아간다”며 “용인시 아줌마들의 기가 살았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여성정책이 진화하고 있다. 교양강좌 개설 등 관(官) 주도의 일방적인 사업에서 탈피해 수요자가 원하는 ‘맞춤형’ 시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26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줌마렐라’ 축구단으로 인기를 끈 용인시는 ‘태교도시’프로젝트도 밀고 있다. 조선시대 용인 출신 여성 실학자 이사주당의 ‘태교신기’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전담 조직을 만들어 태교교실, 태교숲길 등 정책의 밑그림을 그렸고 지난달 21일 시민의 날 때 태교도시로 거듭날 것을 선포했다.
정찬민 용인시장은 “여성이 행복한 도시, 여성이 살맛 나는 ‘엄마특별시’를 만들 것”이라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성남시가 전국 최초로 추진중인 무상 공공산후조리 사업은 다른 지자체와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보건복지부가 반대해 아직 시행되지 못하고 있지만, 육아부담에 허덕이는 여성들의 호응은 크다.
성남시는 지난 20일 ‘여성 친화도시 서포터즈’도 만들어 여성들의 소소한 목소리를 직접 챙기고 있다. 일자리, 도시공간, 안전ㆍ건강, 돌봄·교육, 여가ㆍ문화 등 5개 분야별 20명씩 100명이 무보수로 활동하며 생활 속 불편사항을 건의한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성남시가 여성 친화적인 도시로 내용도 바뀌고 인증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우웬춘, 박춘풍 사건 등 강력 범죄가 빈번했던 수원시는 ‘안전ㆍ안심’이 여성정책의 키워드다. 시는 경기대 경호학과와 손잡고 지난 3월부터 여성 안심귀가 로드매니저 사업을 펴고 있다.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홀로 귀가해야 하는 여성이 콜센터(031-2282-225ㆍ이리빨리 이리오)에 전화하면 남녀 2인1조 경호 팀이 차량으로 에스코트한다. 시는 구도심 주택가 도시가스 배관 등에 특수형광물질을 도포하고 여성 1인 가구에 무인 경보시스템을 무료로 달아주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경기지역의 한 자치단체장은 “여성의 입김이 가정 내에서도 세져 마음을 잡으면, 확실한 표로 연결된다는 믿음이 있다”며 “양성평등 의식이 높은 단체장이라는 평가는 덤”이라고 여성정책에 힘을 쏟는 속내를 내비쳤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