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침을 열며] 다시 톈안먼(天安門) 광장에 서서

입력
2015.10.26 11:05
0 0

얼마 전 4년 만에 베이징을 다시 방문했다. 학술행사 참가 일정을 마치고 현대 중국의 국부 마오쩌둥(毛澤東) 주석 기념당을 방문하기 위해 톈안먼 광장에 갔다. 평일이고 흐린 날씨에 스모그가 있는데도 수많은 관광 인파가 몰려들었다. 4년 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엄청난 인파였다.

톈안먼 광장에서 움직이는 인파의 한 흐름은 자금성으로 향하고 있었고 다른 한 흐름은 ‘마오주석기념당’을 향하고 있었다. 마오주석기념당 앞에는 1㎞ 이상의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각양각색의 차림을 한 남녀노소 인민들이 기념당에 영면하고 있는 마오 주석을 참배하기 위해 긴 행렬에서 오랜 시간 떠밀려 이동하고 있었다.

1시간 가량 떠밀려 걷다가 마침내 기념당 입구에 도달했다. 기념당 안의 마오 주석 조각상 앞에 흰 국화를 바치며 절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시신이 안치된 유리관 뒤 벽면에는 ‘위대한 영수와 도사 마오 주석 영수 불후’란 글이 새겨져 있었다.

중국은 마오쩌둥이 창당한 공산당이 건국 후 지금까지 66년간 독재하고 있는 나라다. 1978년 개혁개방 후 중국은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이행하였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란 노선을 정립하면서 외자를 도입하고 수출을 증대하여 단시일 내에 고도경제성장을 하여 중국은 마침내 미국과 함께 G2 대국이 되었다.

이런 중국의 기적을 창출하는데 마오 주석은 어떤 역할을 했던가? 중국에서는 마오 주석에 대해 보통 ‘공칠과삼(功七過三)’으로 평가한다. 급진적 공산주의 실험이었던 대약진운동과 인민공사의 참담한 실패는 널리 알려져 있다. 마오가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벌린 문화혁명은 중국의 문화를 황폐화시키고 지성을 파괴하여 사회를 크게 후퇴시켰다.

하지만 마오 치하에서 잘못된 자본주의 길을 걷는 ‘주자파’로 분류되어 주변으로 밀려나 있었던 덩샤오핑(鄧小平)이 집권하여 개혁개방으로 나아간 이후에도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여전히 마오를 국부로 떠받쳐왔다. 톈안먼 성루에 걸린 마오쩌둥의 거대한 초상화처럼. 그의 엄청난 과오에도 불구하고 신중국을 세운 국부의 공을 훨씬 더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마오주석기념당을 참배하기 위해 끊임없이 몰려들고 있는 저 엄청난 인파는 그가 13억 인민을 통합하는 기능을 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권력층의 부패가 만연하고 있고 지니계수가 0.5에 육박할 정도로 소득불평등이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혁명 이전의 기아와 절대빈곤을 해소하였고 미국과 경쟁하는 세계 최강국으로 굴기하게 만든 사회주의 신중국의 초석을 놓은 마오를 인민들이 여전히 국부로 존경하고 있는 것이다.

개혁개방을 주도한 총설계사 덩샤오핑은 자신을 박해한 마오쩌둥을 격하하지 않았다. 현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마오가 이끈 사회주의 30년이 없었다면 개혁개방 이후 30년도 없었다고 마오 시대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발전경제학에서는 중국의 사회주의 30년(1949~1978)이 토지혁명과 낡은 봉건적 관계 청산으로 개혁개방 이후 고도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한 역사적 조건을 창출하였다고 평가한다. 마오쩌둥 시대가 있었기에 덩샤오핑 시대의 기적이 가능하였다는 것이다. 한편 덩샤오핑의 지혜로운 역사 인식이 없었다면 마오쩌둥은 국부로 계속 숭앙되지 못했을 것이다.

현존하든 아니든 이처럼 국부의 역할을 하고 있는 정치지도자가 없는 한국은 불행하다. 자본과 노동, 진보와 보수, 여와 야, 영남과 호남을 통합하는 국가지도자가 없는 상황에서 극단적 대립이 지속되고 있는 대한민국호는 순항할 수 없다.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등 어느 전직 대통령도 국민 대다수의 전폭적 존경을 받고 있지 못하다.

톈안먼 광장 마오주석기념당 참배 행렬에 서 있는 긴 시간 내내,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보수와 진보, 호남과 영남, 노ㆍ장ㆍ청, 나아가 남과 북을 통합하는 국가지도자의 출현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