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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티렉스] 신해철 보는듯… ‘히든싱어’의 기적

입력
2015.10.2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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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신해철의 1주기라는 걸, 지난 주말 음악프로그램들을 보고서야 알았다. 지난 토요일 ‘불후의 명곡(KBS)’은 신해철 편으로 꾸며졌고, ‘히든싱어(JTBC)’ 역시 신해철 특집이었다. 일요일 ‘복면가왕(MBC)’의 출연자 ‘마법사’도 신해철 1주기를 맞아 ‘그대에게’를 불렀다.

그 중 가장 특별했던 추모 특집이 뭐였는지 묻는다면, 나는 ‘히든싱어’라고 대답하고 싶다. 사실 이 프로그램은 네 번째 시즌에 접어들면서 신선함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지난주 방송을 보면서 그런 생각도 들었다. 다른 게 아닌 ‘히든싱어’였기 때문에 아주 특별한 추모 프로그램이 될 수 있었다는 고마움 같은 것.

'히든싱어' 신해철편 예고 이미지.
'히든싱어' 신해철편 예고 이미지.

우선 이런 거다. 이제 고(故) 신해철의 생생한 라이브 무대는 다시는 들을 수 없다. 그런데 ‘히든싱어’는 바로 그걸 보는 듯한 기적을 보여줬다. 모창 능력자들이 정말이지 한목소리 같은 느낌으로 노래를 이어 부르는데, 무대 뒤에 신해철이 서서 장난친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또 한 가지 특별한 점이 있었다. 드러머 남궁연이 말한 것처럼 “우리는 해철이를 그리워하러 나온거지 슬퍼하러 나온 게 아니다”라는 것이다. 아무리 추모 방송이라고 해도 출연자들의 과도한 눈물바람은 방송에선 감정 과잉이다. 그런데 ‘히든싱어’는 추모 방송이라 하기엔 간간이 빵빵 터지는 웃음이 있어 특별했다.

전현무 특유의 재치있고 얄미운 진행이 그대로 간 것도 너무 좋았고, 고(故) 신해철과 목소리, 표정, 외모, 말투까지 똑 같은 모창능력자 정재훈씨가 신해철 성대모사를 하면서 장난치는 장면에서도 웃음이 터졌다.

덧붙여 방송 중반에 예정에 없이 시나위의 신대철과 전 시나위 싱어 김종서가 같이 했던 ‘새가 되어 가리’도, 송은이의 말 그대로 ‘횡재’였다. 추모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무조건 고인의 노래만 나와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해철이 형이 정말 좋아했던 노래니까 형도 좋아할 것”이라며 김세황이 연주를 청하는 장면도 좋았다.

25일 오후 경기도 안성시 유토피아 추모관에서 열린 '신해철 1주기 추모식 및 봉안식'에서 팬들이 고인의 영정사진에 남기고 싶은 메시지를 적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후 경기도 안성시 유토피아 추모관에서 열린 '신해철 1주기 추모식 및 봉안식'에서 팬들이 고인의 영정사진에 남기고 싶은 메시지를 적고 있다. 연합뉴스

가수 신해철을 좋아했건, 혹은 싫어했건, 그의 1주기를 맞아 신해철과 넥스트, 모노크롬, 무한궤도의 각종 노래들이 지난 주말부터 TV와 라디오에서 끊임 없이 흘러나오는 걸 들으면 누구든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특히나 청소년기에 신해철의 노래를 들으면서 자란 세대라면.

신해철이 약점 하나 없는 초능력자 같은 음악가는 아니었지만, 왠지 시대 흐름상 앞으로 신해철과 같은 대중음악인은 다시 보기 힘들 것 같기에 그는 매우 특별하다.

신해철은 아이돌 가수처럼 ‘오빠’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해서 이후 정말 부지런하게 쉬지 않고 진지하게 음악을 해왔고,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소신이나 개인적인 느낌을 그처럼 딱 부러지고 열정적으로, 또 귀에 쏙쏙 박히게 말했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신해철의 엄청난 골수팬은 아지만, 같이 술먹고 싶고 조언을 듣고 싶은, 그러면서도 뭔가 빈틈 많고 웃긴 구석이 있었던 선배 같은 가수는 신해철밖에 없었다. 그래서 겨우 마흔 여섯에 가버린 신해철이 참 아쉽다.

2015년 10월의 ‘히든싱어’는 그래서, 고(故) 신해철이 나한테 마지막으로 주는 선물 같았던 프로그램이었다. 지난 일요일엔 새삼 먼지낀 신해철의 각종 앨범을 들춰보면서 ‘아, 이 노래 되게 좋았구나. 안 들은지 오래돼서 다 잊고 있었네’라고 생각했다. 그런 것 역시, 나이 먹어가는 나에게 신해철과 히든싱어가 남긴 선물 같았다.

사족.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 지난주에 TV를 통해 나왔던 각종 신해철 추모 아이템 중 최고는 음악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지난 21일 오전에 한국 17세이하 축구대표팀이 기니를 이기고 U-17 월드컵 16강 진출을 확정했는데, 이걸 중계했던 SBS가 경기 후 하이라이트 장면을 리플레이 해주면서 배경음악으로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깔았다. ‘소년’을 주제로 신해철이 아닌 그 어떤 가수가 이런 노래를 만들 수 있었을까. 어린 대표팀 선수들의 선전과 패기, 그리고 (축구를 매우 좋아했던) 고(故) 신해철이 만든 그 노래. 그리고 딱 그 상황에 어울렸던 그 노래의 느낌. 사실은 그때 느낀 뭉클함이 ‘불후의 명곡’이나 ‘히든싱어’보다 훨씬 컸다.

방송 칼럼니스트

<히든싱어4>

JTBC 매주 토요일 밤 11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와 그 가수의 목소리부터 창법까지 완벽하게 소화 가능한 '모창 도전자'의 노래 대결이 펼쳐지는 신개념 음악 프로그램.

★ 시시콜콜 팩트박스

1. ‘히든싱어’에서 이제는 고인이 된 가수를 주인공으로 했던 건 시즌2의 김광석 편이 처음이었다. 시즌2 김광석 편에서는 고(故) 김광석의 음원을 디지털 보정 작업해서 사용했고, 당시 우승자는 김광석이었다.

2. ‘히든싱어’ 제작진은 고 김광석 편보다 신해철 편이 더 만들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고 신해철의 노래들 중 반주와 목소리의 음원이 분리된 게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방송에서 사용한 노래 중 한 곡은 가수 목소리만 담긴 음원이 없어서 고 신해철이 쓰던 작업실에 가서 찾아냈다고 한다.

3. ‘히든싱어4’는 지난 24일까지 총 4회가 방송됐다. 시즌4에는 지금까지 보아, 김진호(SG워너비), 민경훈, 고 신해철 편이 방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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