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위복(轉禍爲福)이냐, 화룡점정(畵龍點睛)이냐.
<p style="margin-left: 5pt;">26일부터 한국시리즈에 돌입한 류중일(52) 삼성 감독과 김태형(48) 두산 감독의 목표는 단 하나, 우승이다. 그러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삼성이 정규시즌을 제패할 때만 해도 류 감독에겐 최강의 부대가 있었다. 대다수의 야구전문가들은 전인미답의 정규시즌ㆍ한국시리즈 통합 5연패에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주축 투수 3인방(윤성환 안지만 임창용)이 해외 원정 도박 혐의에 연루되는 뜻밖의 '인재'가 터지면서 류 감독의 가을도 최대 고비를 맞았다. 전력의 50%를 포기한 상황에서 험난한 도전을 시작하게 된 류 감독은 25일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팬 여러분께 죄송하지만 그 보답으로 통합 5연패를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고 지난 4년과는 또 다른 각오를 밝혔다.
류 감독의 말처럼 위기는 기회다. 그는 올해까지 29년째 삼성 유니폼만 입고 있는 '성골'이다. 경북고와 한양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삼성에서 데뷔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유격수로 화려한 선수 시절을 보냈다. 99년을 끝으로 은퇴한 뒤 수비, 주루, 작전 등 10년 간 다양한 보직의 코치 생활을 거쳐 2011년 사령탑에 올랐다. '형님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이끌며 데뷔 첫 해 정규시즌ㆍ한국시리즈 우승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단 한 번도 2인자로 밀려나지 않았다.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거듭해 온 그이지만 2011년 지휘봉을 잡았을 때 이미 어느 정도 최고의 반열에 오른 선수들을 거느리고 있었다는 평도 있다. 특히 갑작스럽게 퇴임한 선동열 전 감독이 다져 놓은 마운드의 힘은 난공불락이었다. 굴지의 모그룹을 등에 업고 10개 구단 중 가장 탄탄한 지원을 받는 팀이라는 시샘으로 류 감독의 업적을 평가절하하는 시선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이번에도 삼성이 우승을 차지한다면 류 감독에 대한 평가는 이전과는 또 달라질 것이 확실하다.
'초보' 김태형 감독도 마지막 관문만 남겨 놓은 채 해피엔딩을 꿈꾸고 있다. 정규시즌 3위로 준플레이이오프부터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까지 오른 것만으로 이미 기대 이상의 성과라는 구단 안팎의 평가이지만 스포츠의 세계는 늘 마지막 인상이 강렬하다.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 패한다면 과정이 퇴색될 수 있는 반면 우승을 차지하면 말 그대로 미러클 가을의'화룡점정'이다.
누가 승리하더라도 흔치 않은 대기록이 뒤따른다. 류 감독이 우승하면 프로야구 사상 첫 통합 5연패를 이룩한다.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장 기간 연속 통합 우승은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의 6연패(2006-2007시즌~2011-2012시즌)이며 단기전만 따지면 프로배구 삼성화재의 7연패(2007~2008시즌~2013~2014시즌)이다.
'2015 김태형'은 '2011 류중일'을 넘어서려 한다. 김응용(1983년•해태)-선동열(2005년•삼성)-류중일(2011년) 감독(대행 출신 제외)에 이어 통산 4번째 데뷔 시즌 우승을 노린다. 류 감독이 이루지 못한 기록도 있다. 김태형 감독은 정규시즌 3위로 첫 시즌에 우승을 차지한 최초의 감독이 되며, 한 팀(두산)에서 선수(95, 2001년)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맛보는 역대 첫 주인공이 된다. 류 감독은 삼성 선수 시절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사진=김태형(왼쪽) 두산 감독-류중일 삼성 감독. 대구=임민환기자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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