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진 작가 강원 토종말 분석 출간
'~드래요' 등 오용 바로잡기 나서
볼살오개·지렁 등 영동 고어도 정리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드래요’는 강원도 사투리가 아닙니다. ‘~더래요’의 잘못된 발음이 강원도 영동지방 방언처럼 알려진 것이죠.”
41년간 강원도 공무원으로 재직했던 이경진 수필가가 최근 ‘강원도 토종말 산책’을 펴냈다. 이 작가는 앞서 2002년과 2003년에도 ‘삼척지방 방언편람’ ‘강원도 영동남부지방방언’등을 쓴 토종 언어 전문가.
그가 이번에 내놓은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드래요’에 대한 설명. 영화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강원도 사투리의 대명사 격으로 알려진 표현이다. 이에 대해 그는 “강원도 사투리 가운데 어미(語尾)가 표준어인 ‘더래요’로 끝나는 경우는 많지만 ‘드래요’란 표현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했드래요’를 강원도 사투리로 굳이 표현하자면 ‘했잖소’로 ‘아니드래요’는 ‘아이잖소’나 ‘아이래요’로 고쳐 써야 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드래요’란 말은 전국 어디에도 없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이 TV프로그램 등을 통해 전해지면서 전 국민에게 각인돼 정체불명의 언어가 마치 강원도 토종말이 돼 버렸습니다. 언론이 바로 잡아 줘야 합니다.”
이 작가가 분석한 강원 영동지방 방언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아직도 고어(古語)의 흔적이 여전히 많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영동지방에서는 지금도 횟수를 의미하는 번(番)을 ‘벌’이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불쏘시개’의 옛말인 ‘불살오개’라는 말도 아직 쓰인다. 또 오늘날 간장에 해당하는 ‘지렁’과 대신 또는 대체재를 의미하는 ‘다신’이란 어휘도 아직 영동지방에 남아 있는 고어들이다.
이 작가는 이런 특성을 태백준령과 백두대간에 둘러싸인 강원 영동지역의 지리적 요인에서 찾았다. 그는 “조상들이 써왔던 말이 아직 강원 산간지역에서 생명을 유지하는 이유는 육지 속의 고도(孤島)인 지형 특성 때문에 어휘가 어느 정도 보존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동지방은 과거 높은 산맥 때문에 서쪽보다는 해안으로 이어진 경상도와의 교류가 더 쉬웠고, 이를 통해 방언도 경상도 사투리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이 작가는 소설가 김유정(1908~1937)의 ‘봄봄’과 이효석(1907~1942)의 ‘메밀 꽃 필 무렵’ 등 강원도를 배경으로 한 작품 속 어휘들과 토속 음식 속 강원도 방언 등을 소개해 관심을 끌고 있다.
박은성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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