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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Gestures: Victory or Up Yours? (손동작 V에 담긴 이중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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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Gestures: Victory or Up Yours? (손동작 V에 담긴 이중적 의미)

입력
2015.10.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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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아버지 Bush가 대통령으로서 호주를 방문했을 때다. 그가 리무진에서 내릴 때 데모하는 사람들에게 ‘평화의 제스처’(Peace Sign)를 해 보인다는 뜻에서 두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려 보였다. 그런데 그의 제스처는 데모하던 사람들에게 우호적 제스처가 아니라 적대감이나 경멸의 의미로 전달되었다.

영국과 미국은 같은 영어권 국가인데도 동일한 제스처에 대한 의미를 다르게 받아들인다. 검지와 중지를 이용해 만드는 ‘승리의 V’자 모양이 대표적인 경우다. ‘승리의 V’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첫 번째는 손바닥이 자신을 향하게 하는 것이고 두 번째 방법은 손바닥이 바깥쪽을 향하게 하는 방법이다. 이 두 가지 방식은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어떤 문화인지에 따라 해석이 전혀 달라진다. 검지와 중지로 V자 모양을 만들고 손바닥을 안쪽을 향하게 하면 상대에게 모욕감을 주는 의미로 해석되고 손바닥이 바깥을 향하게 하면 승리와 평화의 의미가 된다.

1970년대 유럽에서 실시한 제스처 조사를 보면 첫번째 방식은 주로 영국에서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같은 영국문화권인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도 비슷한 의미로 통했다. 정확하진 않지만 영국이 프랑스와 100년 전쟁을 할 때 전쟁을 시작하려고 할 때 V모양을 보이던 것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이 제스처가 Peace sign과 혼동되는 이유는 사람들이 그 배경을 잘못 이해하면서 벌어진 것이다. 2차 대전 당시에 연합군 사이에서는 ‘승리할 때의 Victory에서 첫 글자 V’를 따오면서 두 손가락으로 이 모양을 그려 보였다고 한다. 이 방식이 그대로 전해진 곳이 바로 미국인데 그 당시에는 두 손가락으로 V자 제스처를 하며 손바닥이 밖으로 향하게 하는 것이 더 대중적이었지만 안쪽을 향해도 개의치 않았다고 한다.

영국 수상 Winston Churchill은 대중 앞에서 V자 모양의 제스처로 자주 이용했다고 한다. Churchill은 검지와 중지로 V를 만들되 손바닥이 바깥쪽이든 안쪽이든 개의치 않고 사용하곤 했다. 그의 비서가 남긴 기록을 보면 그는 유럽식 제스처의 의미도 알고 있었다고 한다. 일부러 때에 따라 상이한 제스처를 취한 행동에는 독일에 대한 반감을 표현하려는(Victory over the Germans) 의도가 숨어있었다는 것이다. 승리의 V자 모양 제스처는 미국의 닉슨과 팔레스타인의 지도자 Yasser Arafat 기타 다수의 지도자들이 즐겨 사용하였다.

손가락 ‘V’자를 손바닥이 안쪽을 향하게 하면 ‘Up yours’(주먹을 쥔 채로 가운데 손가락만 펴서 손바닥이 자신을 향하게 하는 것)와 같이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Star Trek을 보면 검지와 중지를 모으고 약지와 소지를 모아 두 개로 벌려 좀더 큰 V모양을 내비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에서는 ‘Live long and prosper’(만수무강 하세요)의 뜻으로 쓰인다. 제스처 언어는 사용과 해석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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