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프랑스. 통역을 담당한 프랑스 여대생에게 실없는 질문을 했었다. 사르코지와 카를라 부르니가 아직도 같이 사느냐는 것. 그녀가 또박또박 한국말로 대답했다. “잘 모르겠는데요.” 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어요, 라는 표정. 이어 현직 대통령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프랑수아 올랭도란 이름이 나오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어이없었냐고? 젠장, 부러웠다. 전·현직 대통령 이름은 물론, 고향과 학력까지 꿰고 있는 내가 이상한 놈 같았다. 머릿속을 뒤져보니 턱도 아니게 현 정국의 노른자위 소식들을 죄다 훑고 있었다. 관심도 없으면서 왜 그러니. 헤어진 여자 친구들이나 돌이켜 봐. 다 잘못한 것 같다, 인생이 이런 건 아니다, 각성했다. 연예인 열애설이나 결별설 따위도 바글거렸다. 이쯤 되면 내 인생은 없는 거다. 프랑스든 어디든 ‘황색언론’은 존재하지만,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랴. 수신(修身)도 못한 처지라면 치국(治國)은커녕 제가(齊家)도 버거울 터인데, 국가와 국민을 들먹이며 황색뉴스로 똥칠할 소식만 들려오는 나라에 나는 살고 있다. 어른도 성인(聖人)도 필요치 않다. 테크니션도 본질주의자도 다 바보다. 바보도 천재도 다 사팔뜨기다, 이 나라에선. 학자의 말도 군자의 말도 다 개판이다. 멘토? 토 나온다. 화난다. 여러분, 내 연애나 똑바로 하겠습니다. 미욱한 주제에 문자 써서 죄송합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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