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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수시로 연락… 경찰,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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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수시로 연락… 경찰, 몰랐을까

입력
2015.10.2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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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에 캠핑·낚시장비 싣고 전국 누벼

검문검색 단 한 차례도 걸리지 않아

"주변도 안 살폈나… 수사 의지 의심"

조희팔 일당의 4조원대 불법다단계 사기사건을 설계한 배상혁(44)이 22일 오후 경북 구미시의 한 아파트에서 검거되면서 7년간의 행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간 경찰의 수사망에 전혀 노출되지 않던 배씨는 조희팔 사건 2인자인 강태용의 검거, 적색수배 등 본격수사가 진행되기 까지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면서도 단 한차례의 불심검문에도 걸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의도적인 봐주기라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은 23일 배씨가 2008년 지명수배 당시 모아 둔 1억 원의 도피자금을 기반으로 서울 대전 경주 경산 구미 등지에서 은신해 왔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중국에서 검거된 강태용의 여동생이자 아내인 A씨와 공중전화로 연락, 수시로 만나 생활비를 받아 썼다는 진술도 받아냈다. 휴대전화나 신용카드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고, ‘배상혁’ 이름으로 된 의료기록도 전혀 없었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배씨의 집에서 발견된 컴퓨터에서 게임이나 낚시 관련 사이트에 자주 접속한 흔적을 찾아냈으나 타인 명의인 것으로 알려졌다. 철저히 신분을 감춘 채 살아온 까닭에 7년이나 법망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 경찰측 설명이다.

하지만 배씨의 집에서는 캠핑장비와 낚시도구들도 다수 발견됐으며 배씨는 실제로 이들 도구를 K9 승용차에 싣고 전국 곳곳을 다닌 것으로 드러나 경찰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조희팔 일당의 핵심 수배자가 고속도로 톨게이트는 물론 주요 국도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노출되지 않고, 전국 곳곳에서 이뤄지는 검문검색에 단 한번도 걸리지 않았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 수시로 서울에 사는 아내와 연락을 주고 받았고, 생활비까지 받았는데도 경찰이 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도 미덥지 않다.

관계 전문가는 “용의자를 추적할 때 가족이나 기타 지인 등 주변인물을 살피는 것은 수사의 기본”이라며 “경찰이 배씨 아내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 하고도 몰랐다는 것은 수사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배씨는 대구의 한 고교를 졸업한 뒤 경북지역 한 대학 전자공학과를 중퇴했다. 2008년 당시 총괄실장으로 불리는 등 조희팔의 불법다단계 시스템 자체를 설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산센터 책임자로서 당시 사기로 끌어 모은 투자금 입출금 내역과 부동산 백화점 호텔 등 각종 투자사업은 물론 범죄수익자금의 은닉실태를 누구보다 자세히 알 수 있는 인물로 지목된다. 그 해 10월31일 경찰이 전산센터를 압수수색 직후 조희팔 등과 대구시내 한 호텔에서 도피를 모의한 뒤 지금까지 종적을 감췄다.

경찰은 배씨가 “국내에 흔적이 전혀 잡히지 않아 해외 밀항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며 사실상 수사에 손을 놓고 있었다. 배씨는 지난 19일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내린 지 3일만인 22일 아침 자수의사를 밝히며 모습을 드러냈다. 배씨는 경찰에서 2008년 10월 말 이후 조희팔을 보거나 연락한 적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23일 밤 늦게 배씨에 대해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구속여부는 24일 오전 9시 대구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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