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성장률 1.2%, 5년여 만에 최고치
메르스 영향 소멸ㆍ정부 소비진작책 힘입어
6분기 만에 0%대 성장 탈출 회복 기미
정책 효과 소멸ㆍ주택수요 감소 가능성
“본격 회복궤도 오르긴 어렵다” 예상도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직전 분기 대비 1.2%를 기록, 여섯 분기 만에 0%대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났다. 분기 성장률로 2010년 1분기(1.7%) 이후 5년여 만에 최고치다. 내수(소비 및 투자) 부문의 호조가 수출 부진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등으로 2분기 0.3%로 곤두박질쳤던 성장률을 끌어올린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번 성장률 반등을 본격적인 경기회복 신호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는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통계(속보치)에 따르면 3분기 경제는 소비 및 투자를 중심으로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메르스 사태 영향으로 2분기 뒷걸음질(-0.2%)쳤던 민간소비 증가률은 1.1%로 반등했고, 건설투자 역시 증가율이 2분기 1.6%에서 4.5%, 설비투자는 0.5%에서 2.0%로 각각 급등했다. 내수 부문 전체의 성장기여도는 민간소비(0.6%포인트)와 건설투자(0.7%포인트)를 중심으로, 2분기 0.6%포인트에서 1.9%포인트로 크게 상승했다. 순수출이 전분기 대비 13% 감소하며 성장률을 크게 깎아내렸음에도(성장기여도 -0.7%포인트) 내수 호조 덕분에 1.2% 성장을 달성한 것이다.
내수 부문은 최대 악재였던 메르스 사태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내수의 절반을 책임지는 민간소비가 회복세를 보인 것은 물론, 산업 측면에서도 도소매ㆍ음식ㆍ숙박(3분기 성장률 1.0%), 운수ㆍ보관(2.4%), 보건ㆍ사회복지(2.0%) 등 메르스 직격탄을 맞았던 서비스업들이 일제히 2분기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났다. 심각한 가뭄 때문에 2분기 -12.2%를 기록했던 농림어업 성장률도 6.5%로 반등했다. 임시공휴일(8월14일) 지정,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부의 소비활성화 정책이 내수 진작에 큰 몫을 했다는 평가다.
건설투자는 민간소비와 더불어 내수 성장의 쌍두마차 역할을 하고 있다. 저금리 및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로 조성된 주택거래 활성화에 더해,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에 따른 사회기반시설(SOC) 투자 증가가 맞물린 덕이다. 기업의 경기 인식을 보여주는 설비투자 역시 기계류를 중심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4분기에도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달 초 정부 주도로 진행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상당한 매출 증대 효과를 냈다는 평가 속에, 연말까지 진행되는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와 연내 시행될 예정인 해외 직접구매 면세한도 상향 조치 또한 소비 진작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가 “불용액을 최소화하겠다”며 SOC 건설을 중심으로 예산 집행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은 투자 면에서 긍정적인 상황이다. 당국은 “우리 경제가 2분기 부진에서 벗어나 정상궤도에 올라서고 있다”(최경환 경제부총리)며 경기회복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한은 역시 4분기 성장률이 0.9% 이상을 기록하며 올해 성장률이 정부 목표치(3.1%)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한은 전망치(2.7%)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측한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들어섰다고 속단하긴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소비의 경우 올 하반기 민간소비 증대가 상당 부분 정부 주도로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정책효과가 사라지는 내년 이후까지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별소비세 인하 등이 끝나는 내년 이후엔 소비가 급감하는 ‘소비 절벽’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도소매, 음식ㆍ숙박 등 서비스부문의 생산성 저하로 이전의 고용 확장세가 이어지기 어려운 점, 노후 대비 등에 따른 소비성향 하락 등으로 내년 소비 회복은 미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투자 역시 내년 주택담보대출 요건 강화 등으로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섯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기여도를 보이고 있는 수출의 부진도 내년에 크게 개선될 여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한계기업 증가 속에 본격화되고 있는 기업 구조조정이나, 연내로 예상되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역시 우리 경제를 부진의 늪으로 몰고 갈 파괴력을 갖춘 변수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