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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탈을 쓴 천사, 신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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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탈을 쓴 천사, 신해철

입력
2015.10.23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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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신해철과 넥스트시티

권유리야 외 지음

문화다북스 발행ㆍ384쪽ㆍ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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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을 깔끔하게 이마 뒤로 넘겨 근엄한 인상을 풍기면서도 동그란 안경테를 써 부드러움을 줬다. 검은색 연미복을 차려 입고 몸을 사선을 틀어 세상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그의 눈매는 매섭다. 가수 신해철의 영정사진은 파티와 재판이 함께 했던 절묘한 그의 일생을 잘 포착했다.

책은 ‘신해철 다시 보기’다. 27일 신해철이 세상을 떠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을 맞아 문화ㆍ음악평론가 12명이 고인이 남긴 음악과 발언을 토대로 신해철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그룹 무한궤도로 시작해 솔로 가수를 거쳐 넥스트 그리고 독설가로 살아온 신해철의 흔적을 시대상과 엮어 생각할 거리도 던진다.

음악적으로 신해철은 ‘X세대의 민중가수’였다는 접근이 새롭다. 물론 1970~80년대의 민중가수와 신해철은 다르다. 외세, 자본, 권력을 집중적으로 비판하면서 조직적인 대응을 강조하고 현실에 대한 낙관적 극복 의지를 노래한 것이 민중가수라면 신해철의 노래는 비관적이고, 개인적인 특성이 두드러진다. 지금의 ‘헬조선’을 선취한 듯한 ‘현세지옥’에서 신해철은 “옴 제세제야 도미니”라고 불교의 진언을 외우며 허무주의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남은 그저 타인일 뿐 우리는 아냐”(‘이중인격자’)라며 냉소적 자아 찾기에 집중한다. 이런 X세대의 특징이 있었기에 1980년대에 등장한 신해철이 1990년대를 거쳐 2000년대까지 음악인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욕설을 거침 없이 하는 파격적인 언행과 권위를 발가벗기는 유아적 도발 등 그의 키덜트적 특성도 2000년대 이후 신해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진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주목할 만한 것은 늘 도발을 꿈꾸면서도 자신의 윤리에 강박적으로 집착했던 신해철의 이중적인 모습이다. 1988년 올림픽 때 정부에서 보신탕을 먹지 말라고 하자 일부러 찾아먹었다며 사회의 모순에 대해선 비분강개하면서도 나이 어린 사람을 대할 때 존댓말을 썼다는 그의 발언을 되짚으며 신해철의 삶의 방식에 현미경을 들이댄다. 신해철은 ‘악마적 외형과 천사의 내면’이란 방식으로 차별화해 성공한 사례라고 책은 분석한다.

평론가들의 헌정 도서는 단순히 신해철에 대한 헌사만을 늘어놓은 게 아니다. 음악인으로서의 그의 전략과 그가 살아온 방식은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투영해 보여준다. 사회가 여전히 어둡고 차가운 만큼 그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치는 이유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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