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수 홍성흔
[잠실=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심장 박동이 최고조였다니까요."
두산 홍성흔(38)은 이번 가을 역대 최다 포스트시즌 출전 경기 신기록을 연일 새로 쓰고 있다.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NC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6번 지명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면서 포스트시즌 통산 106경기 출장 신기록을 썼다. 하지만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는 그의 신기록 행진보다 그의 '보직'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날(21일)에는 그가 불펜에서 포수 마스크를 쓰고 투수 윤명준의 공을 받는 장면이 공개돼 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기도 했다.
22일 경기를 앞두고 만난 홍성흔은 전날 상황을 돌아보며 "정신이 없었다. 최고조의 심장박동을 느꼈다. 전사가 싸우러 나갈 때의 기분인 것 같더라"며 껄껄 웃었다. 두산은 주전 포수 양의지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오른 발톱 미세 골절 부상을 당하면서 3차전에서 최재훈이 선발로 나섰다. 최재훈까지 부상을 입을 경우 '믿을 구석'은 과거 포수로 국가대표까지 뛰었던 홍성흔 뿐이다.
그런데 이날 최재훈이 3회초 투수 노경은의 투구에 오른 복사뼈를 맞아 고통스러워하면서 두산에 비상이 걸렸다. 홍성흔은 재빨리 자신의 포수 장비를 들고 불펜으로 향했다. 홍성흔은 급박했던 상황을 회상하며 "불펜으로 가면서 '재훈아, 일어나'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재훈이가 일어나지 못하는 걸 보고 포수 장비를 챙기는데 정말 간절한 마음이 들더라"며 "공습 경보가 울리는 것 같았다. 이건 진짜 전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껄껄 웃었다.
홍성흔이 공식 경기에서 포수로 나선 건 지난 2008년 4월30일 잠실 KIA전이 마지막이다. 스스로도 '포수 홍성흔'에 대해 물음표를 붙일 수밖에 없는 긴 시간 동안 마스크를 놓았다. 홍성흔은 "내가 나가는 상황이 되면 안 된다"면서도 "사실 나도 나가면 어던 모습일 지 궁금하긴 하다. 연습 때는 나쁘진 않았는데 실제 경기에 나갔을 땐 심리적인 불안감을 느낄 수 있어서 어떨지 궁금했다"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사회인 야구를 나가봐야겠다. 내 실력을 확인해 보고 싶다. 확인 후 괜찮으면 감독님께 '편안하게 기용하셔도 됩니다'고 말씀 드려야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다행히' 최재훈이 곧 다시 일어서면서 홍성흔이 포수로 나서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홍성흔은 "나가게 된다면 '내가 주전 포수다'하는 마음으로 하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장비를 차는 걸 보더니 양의지가 '선배, 쉬십시오. 제가 나가겠습니다'라면서 말리더라. 의지가 멋있게 보였다. 책임감이 느껴지더라"며 후배 양의지의 희생정신을 치켜세웠다. 물론 '홍성흔 다운' 입담도 빠지지 않았다. 홍성흔은 "사실 내가 나가서 잘하면 주전 포수 자리가 위험할 것 같아서 찬스를 안 주는 걸 수도 있다"며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임민환 기자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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