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금 대납 등 부정한 수법으로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불법 설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병원을 개설해 국민건강보험 급여를 받아 챙긴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명목상 의료생협을 설립한 뒤 정형외과 병원을 개설해 3년간 요양급여비 8억5,7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의료법 위반 등)로 서울 강남의 A의료생협 이사장 김모(55ㆍ여)씨 등 10명과 의료생협 비영리법인 3곳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병원 인근 주민이 아닌 가족 등 지인들 이름만 빌려 조합 설립동의서를 대신 작성하고 출자금을 내기 어려운 지인에게는 돈을 대신 납부해주는 등 수법으로 법인 설립 요건을 충족해 불법으로 의료생협을 설립한 혐의다.
의료생협을 설립하려면 조합원 최소 300명, 출자금 최소 3,000만원이 필요하다. 조사 결과 김씨는 병원을 찾아온 환자들을 자신의 남편이 운영하는 재활센터로 보내 재활치료를 받게 해 추가 이익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B의료생협 이사장 안모(50ㆍ여)씨도 2011년 1월 이런 수법으로 의료생협 설립 기준을 맞춘 뒤 서울과 지방에 성형외과 두 곳을 차려 운영하면서 요양급여비 1,800여만원을 타낸 혐의로 입건됐다. 서모(56)씨는 지난해 1월 이들과 같은 방식으로 C의료생협을 설립, 부인을 명목상 이사장으로 등기하고 자신은 원무부장을 맡아 병원을 운영하면서 요양급여비 3억2,50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경찰 관계자는 “기존에는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개업이 어려운 의사 명의로 병원을 개설해 영리를 추구하는 사무장병원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이익을 목적으로 의료생협을 설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생협 인가 과정에서 출자금 대납 등 불법행위를 발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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