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가 야당 측 이사들이 빠진 반쪽짜리 이사회에서 사장 후보 5명을 결정하는 파행을 보이는 가운데 공영방송 사장 인선과정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여당이 추천한 다수 이사들로 구성되는 공영방송 이사회의 지배구조가 근본적인 한계라는 결론으로 요약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 방송기자연합회, 방송기술인연합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의 6개 언론단체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사학연금회관 회의실에서 ‘공영방송 사장 선임,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한 긴급토론회를 열고 현 공영방송 이사회 운영과 사장 선임을 둘러싼 문제점에 대해 학계 및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들었다.
발제자로 나선 정준희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강사는 KBS(여야 7 대 4)ㆍMBC(6대 3)ㆍEBS(7 대 2) 등 여당 추천 이사들이 압도적 다수인 현행 이사회 구성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정 강사는 “소수파가 다수파를 견제할 아무런 장치도 갖춰지지 않은 현 이사회는 권위주의적 개입을 절차적으로 정당화하는 기구에 불과하다”며“여기에 극우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사고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인사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은 공영방송의 국영화가 이들의 임무임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 강사는 합의제 정신을 수용한 특별다수제(재적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 도입은 물론 철저한 원칙에 입각한 사장 선임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의 공영방송 BBC를 예로 들며 “이사회 격인‘BBC Trust’는 사장 적임자를 찾기 위해 수십 억원을 들여 국제적 헤드헌터를 동원하고 세계 각처의 인물을 인터뷰한다”며 “정치적 고려는 철저히 배제되고 특정 이념을 표방했거나 정치적 연계 고리가 있는 인사는 절대 물망에 오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거대 공영방송사를 운영할 수 있는 식견과 전문성, 과거의 성과와 실적만이 평가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한석현 서울YMCA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도 “독일과 일본 등 특별다수제를 채택한 경우를 보면 전쟁을 거치면서 정권의 언론 장악이 얼마나 큰 폐해를 주는지 알고 있는 국가들”이라며 “공영방송의 정치편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특별다수제 도입을 촉구했다.
토론회에선 시민사회 및 관련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그 동안 야당 추천 이사들과 시민단체들은 사장 선임의 투명성 보장을 위한 사장추천위원회 도입을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이사회가 탈정파성 원칙에 따라 구성한 사장추천위원회가 특별다수제로 1명을 추천하면 이사회가 이를 만장일치로 받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면서 “물론 추천위원들의 전문성과 독립성, 다양성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들은 공영방송의 주인인 국민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은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의 알 권리를 지켜주는 공영방송이 망가지면 안 된다는 국민들의 공감대가 없다는 것”이라며“사장 선임을 둘러싼 고민들이 어떻게 하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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