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콜린 파렐)는 아내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고선 수용소나 다름 없는 호텔로 끌려간다. 45일 동안 호텔에 머물며 새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이 돼야 한다. 데이비드와 동행한 개는 그의 형. 여자에게 버림 받고 다시는 사랑을 찾지 못해 개가 됐다. 무기력하고 사랑할 이성조차 찾지 못하던 데이비드는 로브스터가 될 각오까지 했다가 결국 호텔을 탈출해 숲으로 도망간다. 숲에선 사랑을 강요하기는커녕 이성교제를 불허하는 솔로 집단이 자신들만의 세상을 구축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데이비드는 그곳에서 한 여인(레이첼 와이즈)을 만나 첫 눈에 반하고 금지된 사랑에 빠진다.
그리스와 영국 프랑스 등이 손잡고 만든 다국적영화 ‘더 랍스터’는 극단적인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사랑에 대한 우화다. 사랑하지 않으면(정확하게는 결혼하지 않으면) 각종 불이익을 당하고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는 영화 속 사회는 거래의 수단이 된 사랑을 은유한다. 사랑이 없어도 사회적, 경제적, 정신적, 신체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짝을 맺는 사람들이 가득한 현실에 대한 일침이자, 결혼 만능주의에 대한 풍자다.
영화는 사랑을 지렛대로 어느 사회나 있을 만한 관습과 억압을 들춰낸다. ‘커플 천국, 솔로 지옥’을 외치는 사회와 이에 반기를 드는 숲 속 집단의 모습을 병치시키며 어느 사회가 도그마에 빠졌을 때 벌어질 수 있는 비극을 펼친다.
냉소적인 우화라고 하나 영화는 차가움만으로 일관하지 않는다. 사회로부터 격리된 채 자포자기 상태에 놓인 사람의 무기력, 동물로 변해야 하는 형벌 앞에 놓인 이들의 절박함, 뜻하지 않은 곳에서 사랑을 맞이한 사람들의 설렘 등 감정의 다양한 온도를 전한다.
그리스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최신작이다. 부모에 의해 집안에 격리된 채 자라나는 소녀를 그린 ‘송곳니’(2009)로 통제 사회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던 그는 여전히 기발한 상상력으로 뒤틀린 세상에 조소를 보낸다. 지난 5월 제68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29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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