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인 배석, 모두발언 공개 신경전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간 ‘5자 회동’은 시종일관 긴장과 힘겨루기의 연속이었다. 여야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둘러싸고 날카롭게 대치하고 있는 현 상황의 축소판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날 회동은 초반부터 치열한 기싸움 속에 진행됐다.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ㆍ원내대표가 환담을 나눌 때까지만 해도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본격적인 회담이 시작되자마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청와대의 비공개 요구를 거부한 채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의 모두발언 내용을 언론에 전격 공개한 것이다. 이들 모두발언에는 박 대통령의 국정화ㆍ노동개혁 일방 추진 등을 강도높게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에서는 불쾌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실제 2시간 가까지 진행된 회동 중에도 국정화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상당 시간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 대표가 언쟁을 벌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는 “경제 살리기에 집중해야 하는데 왜 국정화를 들고 나오느냐”며 박 대통령을 힐난한 뒤 교학사 교과서 논란을 거론하며 친일ㆍ독재 미화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러자 김 대표는 “그렇게 걱정스러우면 집필에 참여하라”, “내가 지금 참고 있는데 그만하라”는 등 목소리를 높이며 ‘국정교과서 호위무사’를 자처했다.
이날 회동이 열리기까지의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대변인 배석과 모두발언 공개 여부 등 전반적인 회의 진행 방식을 놓고 청와대와 야당의 신경전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변인 배석 문제는 5자 회동에 합의한 20일부터 줄곧 힘겨루기의 소재였다. 새정치연합은 “국민에게 회동 내용을 정확히 알리자”며 대변인 배석을 주장한 반면 청와대는 “깊이 있는 대화가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특히 새정치연합이 대변인 배석을 회동 성사의 전제로 삼는 듯한 분위기가 전해지면서 오전 한 때 회동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 과정에서 문 대표는 “정말 쪼잔한 청와대”라고 청와대를 비난하기도 했다.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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