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이론 중의 가장 기이한 특성으로 알려진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이 실재한다는 강력한 증거가 나왔다. 21일 뉴욕타임스는 이날 네이처지에 멀리 떨어진 두 개체가 즉각적으로 서로의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양자 얽힘' 현상이 존재한다는 실험 결과가 실렸다고 보도했다.
양자 얽힘이란 과거에 서로 상호작용했던 전자와 같은 작은 입자들이 멀리 떨어진 후에도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는 현상으로 1964년 아일랜드 물리학자 존 스튜어트 벨이 이론으로 발표했다. 가령 한 입자의 위치나 운동량, 스핀과 같은 특성을 측정한 순간, 이들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다른 한 입자의 해당 특성이 ‘즉시’ 바뀌어 입자의 상태를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입자가 오직 즉각적인 주위 환경에 의해서만 직접 영향을 받는다는 표준 물리학의 ‘국소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때문에 이 이론은 ‘물리학’적 연구라기 보다는 ‘철학적’연구로 여겨졌으며 아인슈타인도 이 이론을 “유령 같은 원격작용”이라고 폄하하며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실험은 네덜란드 델프트 공과대학 카블리 나노과학연구소의 물리학자 로날드 핸슨의 연구팀이 주도하고 스페인과 영국의 과학자들이 참여했다. 연구팀은 델프트 대학 캠퍼스 내부 1.3㎞ 떨어진 거리에 두 개의 다이아몬드를 배치하고 각각의 다이아몬드 전자에 자기적 속성인 ‘스핀’을 갖도록 했다. 이후 마이크로파 펄스와 레이저 에너지가 ‘스핀’을 측정한 결과 1.3㎞ 사이의 두 개의 전자가 얽힌 결과가 도출됐다.
실험을 이끈 핸슨 박사는 “이 실험은 1970년 후반 이후 계속 수행됐으나 항상 추가적인 가정의 필요성이라는 장애물이 있었다”라며 “이제 우리는 먼 거리에서 양자 얽힘 현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번 실험에 대해 물리학자들은 그 동안 ‘사고 실험’에 머물렀던 양자 역학 실험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이 실험은 현 단계를 뛰어넘는 강력한 보안이 가능한 ‘양자 인터넷’의 상용화를 위한 진일보로 평가 받는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이 실험 역시 연구자가 실험에서 선택하는 측정 기준에 따라 실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측정의 임의성’을 해결하지는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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