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이성에만 만족하지 아니하고, 몰래 다른 이성과 관계를 가질” 때 흔히 ‘바람을 피우다’라는 표현이 쓰인다. 이와 더불어 “바람을 피다가 걸리다”, “감히 바람을 펴” 등처럼 ‘바람을 피다’라는 표현 또한 널리 쓰이고 있다. ‘바람피지 마’라는 대중가요의 제목까지 있을 정도다. 그러나 ‘바람을 피다’는 ‘바람을 피우다’의 잘못된 표현이다.
‘바람을 피우다’에서 ‘피우다’는 타동사다. 즉, 동작의 대상인 목적어를 필요로 하는 동사다. 그리하여 이 표현에서는 그 앞의 ‘바람’이 목적어로 쓰인 것이고, ‘바람’에 목적격 조사 ‘을’을 결합하여 그것이 목적어임을 분명하게 표시하고 있다. 목적어와 서술어가 적절하게 호응하고 있는 표현이다. 반면 ‘바람을 피다’는 목적어와 서술어의 호응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 ‘피다’는 목적어를 취하지 않는 자동사인데 그 앞에 ‘바람을’이라는 목적어가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이유로 ‘담배를 피다’도 잘못된 표현이다. ‘담배를 피다’는 ‘담배를 피우다’로 바꿔 써야 한다.
한편 “밤을 새는 게 버릇이 되다”처럼 ‘밤을 새다’라는 표현도 자주 쓰이고 있는데 이 또한 목적어와 서술어 간의 호응에 문제가 있는 표현이다. ‘새다’는 목적어를 취하지 않는 자동사로서 그 앞에 ‘잠을’이라는 목적어가 쓰일 수 없기 때문이다. ‘새다’ 대신 ‘새우다’를 써서 ‘밤을 새우다’라고 해야 한다.
이처럼 ‘바람을 피우다’나 ‘밤을 새우다’ 대신 ‘바람을 피다’나 ‘밤을 새다’가 널리 쓰이는 것은 그 간결성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그보다는 언어 사용에 대한 무신경이 더 큰 원인이 아닐까? 간략한 표현일지라도 어법을 꼼꼼히 살펴 정확하게 쓰려는 습관을 기를 필요가 있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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