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디트로이트 출신의 흑인 여성 트리오 ‘슈프림스’의 9번째 정규앨범 ‘A’Go-Go’가 1966년 10월 22일 ‘빌보드 200’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했다. 흑인 여성 뮤지션이 흑 흑인 음악으로 통하던 R&B로 이룬 첫 성과였다. 그들로 하여 비틀즈의 7번째 정규앨범이자 ‘롤링 스톤’이 2003년 역대 500대 명반 3위로 꼽은 ‘Revolver’의 1위 행진이 6주 만에 멎었다. 슈프림스의 앨범은 2주 연속 1위를 이어갔고, 60주 동안 차트에 머물렀다. 흑인 음악을 미국 대중문화의 주류로 떠받친 전설의 음반사가 베리 고디(Berry Gordy, 1929~)의 ‘모타운’이라면, 슈프림스는 그 원년의 개척사를 이끈 주역이었다.
빈민가 여고 동창생들이 ‘프라이메츠 The Primettes’라는 그룹을 결성, 노래를 시작한 건 1959년이었다. 지역 노래경연대회에서 잇달아 두각을 나타낸 그들은 61년 모타운과 계약해 팀 이름을 ‘슈프림스’로 바꾼다. 원년 멤버는 다이애나 로스(1944~), 플로렌스 발라드(1943~1976), 메리 윌슨(1944~) 셋이었다. 무명기 백업싱어로 활동하던 그들은 63년 싱글 ‘When the Lovelight Starts Shining Through His Eyes’가 ‘빌보드 Hot 100’ 차트 23위에 오르면서 비로소 알려지기 시작한다. 그 해 말 베리 고디는 소울풍의 리더보컬 플로렌스 발라드 대신 대중적인 음색의 다이애나 로스를 리더 보컬로 교체한다. 이후 슈프림스는 64년의 ‘Where Did Our Love Go’를 시작으로 ‘Baby Love’ ‘You Can Hurry Love’ 등 히트곡으로 빌보드 싱글차트를 장악하며 비틀즈, 엘비스 프레슬리의 인기에 맞먹는 60년대 최고의 여성 그룹으로 급부상한다. 그 무렵 그들이 낸 빌보드 싱글차트 1위곡만 무려 12곡이었다.
슈프림스는 1981년 초연된 브로드웨이 뮤지컬 ‘드림걸즈’와 2006년 동명의 영화 실제 주인공으로, 영화에서는 가수 겸 배우 비욘세 노울스가 다이애나 로스 역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프라이메츠 시절부터 팀 리더였던 플로렌스 발라드는 리더 교체 이후 방황하다 76년 32세로 요절했다. 다이애나 로스는 70년 솔로로 전향한 뒤 ‘검은 진주’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승승장구했고, 라이어널 리치와 부른 ‘Endless Love’로 빌보드 팝차트 9주, 소울 차트 8주 연속 1위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슈프림스는 멤버를 교체해가며 77년까지 활동했다. 빌보드는 지난 3월 발표한 ‘Top 10 Girl Groups Of All Time’ 1위로 슈프림스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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