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57) NC 감독은 이번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불혹(不惑)의 베테랑 손민한(40)을 선발투수로 포함시키는 파격을 단행했다. 전성기 시절과 구위는 비교할 수 없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손민한의 경험을 믿었다.
손민한이 포스트시즌 최고령 승리로 화답하며 팀을 한국시리즈 진출 목전에 올려 놓았다. 손민한은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선발 5이닝 동안 3피안타 3볼넷 2실점(1자책)으로 호투, 16-2 대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16점은 2009년 SK가 두산과 5차전에서 기록한 14점을 뛰어넘어 역대 플레이오프 한 팀 최다 득점 신기록이다. 1차전 패배 후 2연승으로 시리즈 전적 2승1패를 만든 NC는 남은 2경기 가운데 1승만 보태면 창단 첫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
1975년 1월2일생인 손민한은 이날 승리로 40세9개월19일의 나이에 포스트시즌 통산 최고령 승리투수 기록을 새로 썼다. 종전 기록은 한화 송진우(현 KBS N스포츠 해설위원)로 2006년 10월17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현대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선발승을 거둘 때의 40세8개월1일이었다. 아울러 손민한은 포스트시즌 통산 13경기째 등판 만에 가을야구 첫 선발승을 올리는 감격도 누렸다.
프로 19년차 손민한으로선 롯데 소속이던 2008년 삼성과 준플레이오프 2차전 이후 무려 7년 만의 포스트시즌 선발 등판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의 기대대로 주눅들지 않았다. 마치 정규시즌에 등판하듯 시종일관 덤덤한 표정으로 노련한 경기 운용을 했다.
손민한은 5-2로 앞선 6회말 두산 선두타자 최주환에게 볼 2개를 던지고 손가락 통증을 호소하다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총 77개의 공을 던진 가운데 최고 144㎞의 직구와 134㎞의 슬라이더로 두산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다.
큰 형님이 마운드에서 든든히 버티자 타선도 모처럼 터졌다. NC는 1-2로 뒤진 3회초 박민우와 김종호의 연속안타로 만든 1사 1ㆍ2루에서 테임즈의 중전 적시타로 간단히 균형을 맞췄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선발 유희관을 조기 강판시키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불붙은 NC 타선을 막을 수 없었다. 노경은을 상대로도 이호준과 이종욱, 손시헌이 연속 3안타를 터뜨려 단숨에 5-2로 전세를 뒤집었다. NC는 7회에도 안타 2개와 4사구 4개, 상대 실책 1개를 묶어 대거 5득점하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톱타자 박민우는 6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으로 물꼬를 텄고, 나성범-테임즈-이호준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도 7안타 3타점을 합작했다. 하위타선에서는 손시헌이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해결사 구실을 했다.
두산은 3이닝을 못 버티고 강판한 유희관의 계속된 부진으로 벼랑 끝에 몰렸다. 2차전에서 파울 타구에 맞아 오른쪽 엄지발가락 부상을 당한 주전 포수 양의지의 공수 공백도 커 보였다. 두 팀의 4차전은 22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사진=임민환 기자
잠실=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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