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아직 보여줄 게 많다."
최진철(44) U-17 대표팀 감독은 21일(한국시간) 기니와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한 뒤 이 같이 말했다. 최 감독의 시선은 대회 전 자신이 공언한 대로 '4강'에 가 있다. 대표팀의 선전에 최 감독의 리더십도 재조명을 받고 있다.
제주 오현고와 숭실대를 거친 그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화려한 스타 출신은 아니다. 전면에 나서는 것보다는 조용히 자신이 맡은 바를 척척 해내는 스타일의 선수였다.
최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처음 팬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홍명보, 김태영, 최진철이 버틴 대표팀의 수비라인은 한국 축구 역사상 최강으로 꼽혔다. 최 감독은 당시 거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으며 이탈리아, 스페인 등 세계 최강팀 공격수들의 발을 꽁꽁 묶었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의 활약도 빛났다. 그는 조별리그 3차전 스위스와 경기에서 필리페 센데로스와 충돌해 머리에 큰 부상을 입었지만, 붕대를 동여매고 출전하는 투혼을 보였다.
최진철 감독은 선수시절 통산 A매치 65경기에 출전해 4골을 넣었다. 1997년 브라질과 친선경기를 통해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그는 포지션 특성상 골맛을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수비에서 발군의 기량을 과시했다. 96년 프로에 입문한 그는 2007년 은퇴할 때까지 전북에서만 뛰었다.
축구화를 벗은 최 감독은 2008년 강원FC 수비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을 거쳐 지난해 16세 이하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최 감독이 이끄는 청소년대표팀은 지난 달 열린 2015 수원 컨티넨탈컵 U-17 국제청소년축구대회에서 2무 1패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지만, 그는 월드컵을 위한 과정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다 이번 대회에서 초반 2연승을 거두며 '대이변'을 연출하고 있다. 특히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브라질을 유효슈팅 1개로 막아내며 승리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최 감독은 심리적으로 민감한 청소년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에이스인 이승우를 앞세우기보다는 팀 전체 조직력을 먼저 생각했다.
뛰어난 용병술로 그 동안 빛을 보지 못한 선수들의 재능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기니전 승리도 후반 추가 시간에 이승우 대신 교체 투입한 오세훈의 발끝에서 나왔다. 최 감독의 탁월한 안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 감독이 이번 대회 4강에 오를 경우 그는 선수와 감독으로서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궈내는 최초의 한국인이 된다.
사진=최진철 감독(KFA 제공).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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