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이용자들 나누고 채우며 힐링
굿닥약국·달콤창고 등 운영 인기
보이스피싱 사기, 영아 유기 등 범죄에 악용되며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졌던 지하철역 물품보관함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자들에 의해 ‘나눔’과 ‘힐링’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간단한 응급처치 물품과 여성용품 등을 비치해 놓거나 간식과 응원의 메시지가 적힌 쪽지를 주고 받는 등 따뜻한 정을 확인하는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
대학생 김다정(23ㆍ여)씨는 얼마 전 지하철역 물품보관함 덕을 톡톡히 봤다. 그는 21일 “지하철을 타고 학원으로 이동하던 중 갑자기 생리가 시작돼 난감했는데 모바일메신저를 통해 상황을 전해 들은 친구들이 강남역 물품보관함에 생리대가 비치돼 있다고 알려줘 급하게 상황을 수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조만간 내가 사용한 양만큼의 생리대를 다시 물품보관함에 넣어둘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물품보관함에 응급물품을 마련해 둔 이들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굿닥(goodoc)의 젊은 운영자들이다. 굿닥은 원래 주변 병원과 약국 위치 등을 알려주는 앱으로 개발됐지만, 주말과 늦은 오후 등 약국이 문을 닫은 시간이나 출퇴근 등 바쁜 시간대를 대비해 이달 7일 강남역 212번 물품보관함에 간이약국을 설치했다. 이들이 SNS와 블로그 등을 통해 ‘900605’라는 보관함 비밀번호를 공유하자 젊은 사용자들 사이에 ‘굿닥약국’이 큰 화제를 모았다. 굿닥의 김용훈(30) 마케팅팀장은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굿닥약국’을 기획했다”며 “향후 지차제 등과의 논의를 통해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보관함으로 간이약국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지하철 물품보관함을 통해 간식과 마음 속 이야기를 공유하기도 한다. 모바일 앱 ‘어라운드’ 이용자들은 올해 8월부터 지하철 물품보관함을 장기대여 해 ‘달콤창고’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한 사용자가 보관함에 초콜릿, 과자, 음료수 등 간식을 가져다 놓으면 다음 사용자가 이 간식을 꺼내 먹고 또 다른 간식을 채워두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들은 서로의 취업을 응원하고, 자신의 꿈을 적어 놓는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쪽지에 남기기도 한다. SNS를 통해 이 같은 소문이 퍼지자 ‘달콤창고’는 강남ㆍ강변ㆍ대방역 등 지하철역 물품보관함을 넘어 고려대, 연세대 등 대학 캠퍼스 사물함으로도 퍼져나가 현재 100여개가 운영되고 있다. 신도림역 ‘달콤창고’를 자주 이용한다는 박서영(26ㆍ여)씨는 “방문할 때마다 보관함에 간식이 채워져 있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며 “지친 퇴근 길에 과자와 쪽지로 가득 찬 ‘달콤창고’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밝혔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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