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상을 떠난 가수 신해철이 편히 잠들지 못하고 있다. 숨을 거둔 지 오는 27일 1년이 되는데도 의료 과실 여부 등 사망 원인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아서다.
의료과실로 신해철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의사 강 모 S병원 원장은 21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수술엔 문제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신해철 사망의 중요한 원인인 심낭 천공은 음주와 식사 등 수술 후 관리를 잘못해 소장에 천공이 생겼고, 이후 복막염이 심해져 횡경막까지 영향을 줘 심낭에 천공이 생겼다는 게 강 원장 변호인의 주장이다. 강 원장 측은 “수술 후 위 내시경을 소장까지 넣어 천공이 없음을 확인했다”며 수술 중 소장과 심낭에 천공이 발생해 복막염 및 패혈증이 유발됐다는 검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앞서 검찰은 당시 수술 집도의인 강 원장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신해철이 수술 후 통증을 호소한 것에 대한 대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해선 “조건부로 퇴원한 후 열이 심각한 상태로 병원에 와 복막염 검사를 하자고 했으나 신해철이 무단 귀가했다”고 말했다. 신해철의 위 축소 수술 동의 여부에 대해서도 “신해철이 동의했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강 원장은 재판부의 국민참여재판 진행 의사를 묻는 질문엔 “원치 않는다”며 거부했다. 강 원장에 대한 2차 공판은 11월18일에 열린다.
신해철의 사망 원인을 둘러싼 법정 공방은 끝나지 않았지만, 동료 음악인과 팬들은 고인의 사망 1주기를 앞두고 추모곡과 추모식 등을 준비하며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 가수 윤종신은 27일 신해철을 추모하기 위해‘고백’이란 노래를 온라인 음원사이트에 공개한다. 1990년 발매된 신해철의 1집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에 수록된 노래를 리메이크한 곡이다. 윤종신은 “내가 제일 좋아했던 신해철 형의 곡”이라며 “음원 수익금은 전액 유족에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신해철의 1주기를 맞아 고인의 팬들은 25일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에서 ‘히어 아이 스탠드 포 유’란 추모행사를 연다. 신해철의 소속사였던 KCA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신해철 팬클럽 ‘철기군’과 ‘신해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관하는 추모식에서는 ‘그리움의 편지’ ‘퍼플 리본 달기’ 등 식전 행사에 이어 추모 미사와 추모사 낭독 등이 진행된다. 납골당에 안치된 유골을 야외 안치단으로 옮기는 봉안식과 장지 헌화식도 이뤄진다. 이에 앞서 최근 가수 서태지와 김종서는 고인의 유골이 안치된 납골당을 찾아 고인을 조용히 추모했다. 신해철의 소속사는 27일 신해철 유작 3곡을 포함해 ‘더 늦기 전에’ ‘그저 걷고 있는 거지’ ‘길 위에서’ 등 총 40곡이 실린 ‘웰컴 투 리얼 월드’란 LP를 낸다. 신해철의 사망 1주기를 앞두고 고인의 아내인 윤원희 씨는 “나보다 아이들이 힘들었을 텐데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줬다”며 “모두 기억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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