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지금처럼 적자성 지출을 지속할 경우, 5년 안에 재정이 바닥날 수 있다고 국제통화기금(IMF)이 21일 경고했다. 세계적 경기부진 속에 저유가 기조가 장기화될 거란 전망이 높은 가운데, 중동 산유국들의 연쇄위기 우려감도 고조되고 있다.
IMF는 이날 발표한 ‘중동과 아시아 지역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발표한 정부지출 삭감 등의 개혁안이 충분치 않다”고 평가하면서 “현재와 같은 정책 하에서는 대규모 적자 때문에 5년 안에 재정이 무너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전체 수입의 80%를 차지하는 국제원유 가격이 급락함에 따라 2007년 이후 처음으로 국채를 발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8월 기준 순외화자산(6,545억 달러)이 7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2년여 만에 최저로 떨어진 상태다.
IMF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2014년 2%에서 내년에는 17%까지 급등할 걸로 전망했다. IMF는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직 대규모 인프라 사업과 사회 복지를 크게 줄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IMF는 이어 “6개 걸프협력회의(GCC) 국가 가운데 바레인과 오만도 비슷한 상황”이라며 “국제유가가 현재 수준에 머물고 경제 개혁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중동의 원유 수출국들은 5년 안에 재정 적자가 1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마수드 아흐메드 IMF 중동 및 중앙아시아 담당 이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원유 수출국들이 지출과 수입 사이에 균형을 잡기 위한 중기 계획을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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