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인사들 찬성 성명도
역사학계의 잇따른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성명에 이어 한국사학계의 원로들까지 나서 정부에 국정교과서 추진철회를 요구했다. 반면 국정화를 지지하는 시민단체는 역사학자들에게 집필 참여를 촉구했다.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조광 고려대 명예교수, 이이화 전 서원대 석좌교수, 서중석 성균관대 명예교수 등 한국사학계 원로 학자들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흥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이 나서서 국정화 행정예고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회견문에는 이들 교수를 포함해 총 22명의 학계 원로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유신시대 강단에 서면서 교과서 국정화의 문제점과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면서 “국정화를 추진한다면 대학교수와 학생 등 의식 있는 민주세력의 전면적 저항에 부딪힐 것을 은퇴 교수의 이름으로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정부ㆍ여당을 향해 “현 한국사 교과서들의 문제 대목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고 ‘대한민국 역사학자 90%는 좌파’등 무책임하게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역사학계 원로들은 또 “학자로서 양심과 소신에 따라 자신의 거취를 결정하길 바란다”고 김정배 현 국사편찬위원장을 직접 겨냥했다.
젊은 역사학도들의 반대도 이어졌다. 연세대 사학과 대학원생 40여명과 중앙대 역사학과 졸업생 등 209명은 정부의 국정화 추진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반면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화 지지의견을 밝혔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102인의 바른사회 소속 지식인들은 “역사교과서 사안이 교육적 차원에서 논의되지 않고 정치ㆍ이념 문제로 비화된 현 상황에 우려를 표명한다”며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역사학자들은 집필에 참여하고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 연합’도 이날 서울 안암동 고려대 앞에서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를 선언한 경희대·고려대·서울대·연세대·한국외대 사학과 교수들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편 보수성향 청년단체인 대한민국청년대학생연합 주최로 ‘학생들이 말하는 역사교과서’ 토론회도 열렸다. 광주 광남고 김홍기군은 “5년 단임제인 한국의 정치 체제에서 정권이 바뀌면 학생들은 중학교 때와 고등학교 때 각기 다른 교과서로 배워야 해 혼란이 일 것”이라고 국정화에 반대했다. 반면 북인천중학교 이진영군은 “휴전 중인 한국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종북세력이 언론이나 교육에 침투해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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