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 후 첫 한일정상회담이 내달 1일 전후로 예고된 가운데, 일본 내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양심세력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일본 여성 1,500여명은 21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긴급성명을 발표했다.
우에노 지즈코(上野千鶴子) 도쿄대 명예교수 등 일본 여성단체 인사들이 최근 결성한 ‘위안부 문제 해결모임’은 이날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참의원 의원회관에서 성명을 통해 “일한정상회담이 열려 위안부 문제가 해결됨으로써 일한관계가 정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본 총리는 결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아베 총리는 서둘러 한국 정부와 문제해결을 위한 교섭을 하라”면서 “민간의 목소리를 받아들여 해결안을 마련하고, 양국 정부의 합의를 만들어 달라”고 압박했다.
이들은 “위안부 문제는 피해자가 받아들일 방안을 일본 정부가 제시하지 않으면 해결이 불가능하다”며 피해자 입장을 강조한 뒤 “가해사실을 인정ㆍ사죄하고 사죄의 증거로서 피해자에게 배상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아베 총리가 올 8월14일 발표한 전후 70년 담화에서 ‘전시(戰時) 여성 존엄성 침해’를 거론한 것을 빗대 “이런 표현을 담은 것은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잊지 않고 있음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며 “단지 수사에 지나지 않음을 보이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우에노 교수는 “생존해 있는 위안부 피해자들은 고령이기 때문에 일본정부는 영원히 사죄할 기회를 잃을 수 있다”며 사태의 긴박성을 강조했다. 시민단체 ‘여성회의’중앙본부의 다카하시 히로코(高橋廣子) 공동대표는 “인간의 존엄을 부정한 종군위안부 문제는 우리 여성들의 과제”라며 “일본정부는 ‘여성이 활약하는 사회’를 말하고 있지만 기본적인 여성인권을 확고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아베 총리의 한국방문 시 구체적인 조치도 제시했다. 시게토 미야코(重藤都)씨는 “한국을 방문해 군위안부 피해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다면 총리가 피해자들과 대면할 용기를 내도록 지원하는 것이 우리 일본 시민들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긴급성명을 발표한 ‘위안부 문제 해결모임“은 위안부 문제해결을 촉구해온 일본 여성단체들에 의해 9월말께 결성된 뒤 이달 초부터 20일까지 1,543명의 지지자를 모았다.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 등도 동참하고 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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