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의원의 공화당 구하기’가 본격 시작됐다. 미 공화당 지도부의 끈질긴 구애 끝에 20일 폴 라이언(45ㆍ위스콘신) 하원의원이 하원의장직을 조건부 수락한 것이다. 공화당의 차세대 기수로 꼽히는 그가 하원의장에 올라 당 내분을 봉합하고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성공적으로 이끌지 주목된다.
라이언 의원은 이날 워싱턴 의회의사당에서 공화당 비공개 콘퍼런스를 가진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나에게 하원의장직을 맡겨 준다면 감사히 섬기겠다”며 “당이 바뀌어야 하는 중대 시점이라는 생각에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23일까지 당 전체가 자신을 하원의장 후보로 받아들여야 출마에 나서겠다고 조건을 달았다. 일부 반대 세력도 있지만 지도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그가 당선되면 미국 정치사상 124년 만에 40대 하원의장으로 이름을 올린다.
현재 하원 예산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라이언 의원은 28세였던 1998년 처음 하원 의원으로 당선되며 정치계에 입문했다. 이후 2년 마다 치러지는 하원 선거에서 모두 당선돼 지금까지 8선을 거뒀다. 2012년 대통령 선거 때는 미트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돼 주목을 받기도 했다.
부통령 선거에서 낙선한 뒤 특별한 행보 없이 지냈던 라이언 의원은 2013년 오바마 케어 폐지를 위해 연방정부 폐쇄를 불사하겠다는 당내 강경파를 설득해 민주당과 합의를 이뤄내면서 다시 주목을 받게 된다. 지난해부터는 미국 곳곳에서 ‘빈곤 퇴치’캠페인을 벌이며 당내 외로부터 호응을 얻는 중이다. 동료 의원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강조한 가치이자 민주당이 단골로 제시해 온 ‘빈곤 퇴치’ 의제를 공화당 것으로 만든 그의 정치력을 높이 사고 있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제목에 빗대 ‘라이언 의원의 공화당 구하기’형국이라는 당내 평가가 나올 정도다.
최근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뉘어 노선 투쟁을 벌여 온 공화당으로서는 라이언 의원의 통합적 리더십이 필요했다. 존 베이너 현 하원의장은 최근 이란 핵협상의 미 의회 통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관련 법안 처리 등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강경파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여기에 차기 하원의장으로 하마평에 올랐던 케빈 매카시(캘리포니아) 하원 원내대표까지 8일 ‘벵가지 특위’와 관련해 실언하면서 경선 포기를 선언했다. 대선을 코앞에 둔 공화당은 지도부 공백 사태가 우려되자 이달 초부터 라이언 의원을 적극 설득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라이언 의원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그 역시 당 내분을 쉽게 해결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믹 멀버니(사우스캐롤라이나) 공화당 하원의원은 워싱턴포스트에 “하원 운영 방식에 대한 불만은 당내 이미 팽배한 상황”이라며 “그만큼 각 세력에 대한 적절한 양보 없이 당을 완전히 봉합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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