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에 누운 장애인 구하려다 열차에 치여…1명 숨지고 1명 부상
기찻길에 누운 10대 장애인을 구하려던 경찰관 2명이 기차에 치여 숨지거나 다쳐 동료들이 슬픔에 잠겼다.
경북 경주경찰서 내동파출소 소속 이기태(57) 경위와 김태훈(45) 경사는 21일 오전 10시께 한 여관 객실에서 누군가가 물을 뿌리며 난동을 부린다는 신고를 받고 함께 출동했다.
이들은 여관에 있던 10대 지적장애인 A군을 진정시키는 한편 부모와 전화통화를 했다.
A군 부모는 "당장 데리러 가기 어렵다"며 기차에 태워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A군 집은 경주와 가까운 울산이다.
불국사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던 A군은 또 물병을 들고서 다른 승객을 상대로 난동을 부렸다.
A군을 기차 편으로 보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이 경위 등은 순찰차에 태워 집으로 데려다 주기로 했다.
울산시 북구 신천동에 들어설 무렵 A군이 소변이 마렵다고 해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린 A군은 느닷없이 인근 철길로 뛰어들어 드러누워 버렸다.
두 경찰관은 A군을 철길 밖으로 데려 나오려고 황급하게 달려갔다.
부산에서 경주 방면으로 가는 화물열차가 들어오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절박한 상황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A군을 향해 철길에 뛰어든 경찰관들은 결국 열차에 부딪혔다.
이 경위와 A군 등 2명은 숨지고, 김 경사는 다쳐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지점은 철길이 굽어져 기관사가 철길 위에 있는 사람을 발견하기 어려운 곳이다.
동료들은 두 경찰관 모두 평소 성실하고 모범적으로 근무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이 마침 경찰의 날이어서 사고 소식을 접한 동료들의 안타까움은 한층 더하다.
이 경위는 정년퇴직을 3년가량 남겨 두고 있었다.
경주경찰서와 경북지방경찰청은 경찰의 날 기념행사, 회식 등을 축소했다.
경북지방경찰청은 유족과 장례절차 등을 논의하고 있다.
한 경찰관은 "경찰의 날, 갑작스러운 사고 소식에 분위기가 숙연하다"며 "인명을 구하려다가 당한 사고여서 슬픔이 더 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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