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21일 당정 협의에서 저출산 대책으로 학제개편을 제시했다. 초등학교 6년제를 5년제로, 중ㆍ고교 6년제를 5년제로 단축하고, 4년제 대학은 전공별로 3년제나 4년제로 하는 방안이다. 새누리당은 청년들이 학업을 마치고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입직(入職) 연령이 높아진 게 만혼과 저출산의 원인이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에 학제개편을 주문했다고 설명했고, 정부도 이를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현행 ‘6-3-3-4’학제의 개편은 정부가 꾸준히 제기해온 의제다. 2003년에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으로 ‘6-4-2-4’안이, 2004년에는 고교 교육 내실화를 위해 ‘5-3-4-4’안이 제시됐다. 2007년에는 입직 연령을 2년 낮추고 퇴직 연령을 5년 늘리는 내용의 인적자원 활용 전략을 발표하면서 ‘5-3-3-4’제로의 개편을 추진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유야무야 됐다. 1951년부터 시행된 학제의 개편 필요성에 대한 공감은 있었지만 국가 교육체계를 뒤흔드는 일인데다 대안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이 지난 8월 새누리당 안과 같은 ‘5-5-3ㆍ4’제로의 개편을 주장했다.
현행 학제를 2~3년 단축할 경우 긍정적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청년들의 해외취업 경쟁력이 나아지고 학부모들의 학비ㆍ사교육비 부담이 경감될 수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부족해지는 생산가능인구를 조기 확보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학제개편에 따른 조기졸업이 조기취업으로 연결되리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 조기 졸업자의 양산과 이들을 받아줄 양질의 일자리 증가 사이에 어떠한 상관관계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일자리 문제는 인구 문제는 물론이거니와, 경제ㆍ산업 구조 변화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해결이 쉽지 않은 난제다. 따라서 ‘학제개편=조기졸업=조기취업=조기 결혼 및 출산’등식은 성립이 어렵다.
무엇보다 학제개편 문제는 교육적 관점에서 다뤄야 할 사안이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교육부는 쏙 빼놓은 채 복지부와 저출산 대책을 논의하면서 이 문제를 꺼냈다. 교육부가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한 것을 보면 즉흥적 발상으로 보인다. 학제개편은 교육 체계를 뜯어고치고 교과 및 교과서, 교사 인원 조정 등 교육과정 전체를 뒤바꿔야 하는 사안이다. 초중고 과정을 2년 단축하는 과정에서 같은 학년 인원이 대거 발생해 입시와 취업 등에 일대 혼란과 큰 피해가 불가피하다. 12년제가 세계 표준처럼 운용되고 있는 것과도 배치돼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새누리당이 과연 이런 문제점들을 충분히 알고 학제개편을 꺼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