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할 수 있는 상황을 넘었다.”
삼성구단이 도박 스캔들에 대해 첫 입장을 밝힌 20일, 대구구장에서 만난 류중일 삼성 감독은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말을 아끼며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류 감독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입맛을 다셨다.
팀의 주축 선수들이 의혹에 휩싸였고, 삼성 구단이 침묵하는 사이 팀을 향한 비난은 눈덩이처럼 커져갔다. 류 감독은 “가장 좋은 건 무혐의 처분을 받는 것인데”라며 한숨을 삼키고는 “지금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상황을 넘어선 것 같다”며 답답해 했다. 류 감독은 이어 “과정이 너무 힘들다”며“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이런 일이 벌어져 더 힘들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류 감독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곧 구단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때마침 류 감독은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김태한 투수 코치를 불렀다. 안현호 단장이 류 감독과 만나고, 구단 관계자가 해외 원정 도박 혐의를 받은 투수 세 명과 면담했다. “(혐의를 받고 있는 선수를)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하겠다”는 구단 결정을 통보하는 자리였다.
안 단장과 만나기 전 류 감독은 “(해외 원정 도박 혐의를 받는 선수가) 모두 무혐의로 결론났으면 좋겠는데…”라고 말했다. 26일 한국시리즈 개막을 앞두고 있는 삼성이 대형 암초를 맞아 휘청거리고 있다.
대구=김주희기자 ju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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