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이 시작된 20일 북한은 만남 자체에는 협조하면서도 남측 취재진 활동과 관련해 사사건건 시비를 걸며 다소 경직된 태도를 보였다. 8ㆍ25 합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냉각기를 벗어나지 못한 남북관계의 단면이었다.
북한은 이날 오전 북측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한 취재진 29명의 노트북을 현장에서 일일이 열어보며 검열에 나섰다. 그 바람에 기자단만 30분 늦게 금강산에 도착하는 등 방북 일정이 지체됐다. 기자단 일부에서 항의하자 북측 직원이 발끈해 “법과 원칙에 따라 하는 것”이라고 맞받아치며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북한은 오후 상봉 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담은 행낭에 대해서도 “(내용을) 개봉해서 보겠다”거나 “행낭 전달자 인원이 사전에 공지된 것과 다르다”는 이유를 달아 두 차례 CIQ 통과를 거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봉장에서 만난 북측 인사들은 취재진에게 먼저 말을 거는 등 대체적으로 호의적인 모습이었다. 한 북측 기자는 남측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관련해 “역사학자들은 왜 반대하는 거냐”고 물으며 관심을 보였다. 북한적십자사 관계자는 “남측 취재진에 여기자가 많은데 아무래도 남측 여성들이 (더) 센 것 같다”고 농을 건네기도 했다.
이날 상봉장에 나타난 일부 북측 가족들은 남측 가족과의 눈물겨운 회포를 푸는 틈틈이 북한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북한에서 받은 훈장과 표창장, 선물명세서 등을 남측 가족들에게 내보이며 설명하는 모습이 더러 눈에 띄었다. 내심 자신이 북한에서 어렵게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의도로 보였다. 북측 기자들은 이 모습을 놓칠새라 연신 카메라 플래쉬를 터뜨렸다.
가족들의 식사 편의를 위해 비공개로 전환된 만찬상봉에서 리충복 북측 상봉단장은 건배사로 “온 겨레가 북남관계 개선과 민족의 화해와 단합이 이룩되기를 절절히 갈망하고 있다”며 “북남 적십자단체들은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을 비롯한 인도주의적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응당한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만찬이 끝날 무렵 대한적십자사 김성주 총재의 제안으로 남북 이산가족들이 손을 맞잡고 ‘아리랑’을 합창하기도 했다.
금강산=공동취재단ㆍ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