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천변엔 오리가 많다. 모양과 색깔에 따라 행동 양태가 조금씩 다르다. 흰 오리는 대체로 혼자 다닌다. 어울리더라도 고작 두엇 정도. 반면에 갈색 오리는 주로 떼로 다닌다. 덩치도 흰 오리보다 조금 작고 몸놀림도 경망스럽다. 실제론 안 그런데, 색감과 크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물 위를 미끄러져 갈 때, 움직임은 부드럽다. 날개는 몸통에 바짝 붙인 채 가끔 고개만 주억거린다. 뭔가 생각하는 표정 같기도 하다. 그러다가 풀밭을 걸어 다니며 먹이를 찾거나 몸을 뒤집어 멱을 감을 땐 천진한 아이 같은 느낌이다. 가만 바라다보고 있으면 저절로 미소가 나온다. 물속엔 커다란 잉어 떼가 돌아다닌다. 같은 곳에 살면서도 오리와 잉어는 서로에게 관심이 없거나 아예 존재 자체에 인식이 없는 것도 같다. 문득, 사람들과의 관계가 저러했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무관심도 아니고, 간섭도 아니고, 격절도 아닌 채로 서로 물 흐르듯 공존하며 내버려두는 관계. 그건 같은 오리들끼리도 그래 보인다. 사실, 오리가 물 위를 미끄러질 때, 겉보기의 평온함과는 달리 물속에선 정신없이 두 발을 교차한다. 그때, 아마도 물 위와 물속의 에너지 밀도는 전혀 다를 것이다. 상극의 힘으로 한 개체 안에서 스스로 균형을 잡는 능력, 혹은 배려. ‘나’와 ‘너’가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해본다. 파이팅, 오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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